영세사업자-시장상인-창업자-자활공동체-사회적기업…
기업기부금으로 재원 충당… 안정적 운용 불투명
정부가 민간 차원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무담보 소액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전국 단위로 개편해 주도적으로 시행키로 한 것은 경제위기로 깊게 파인 양극화의 골을 조금이나마 메울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소(美少)금융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지방 소도시와 농어촌 서민은 물론이고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을 이용하지 못했던 영세사업자와 시장 상인들이 자활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지게 된다.
○ 토스트가게 낼 때 권리금 저리 대출
미소금융 사업을 총괄하는 중앙재단은 지역별로 자체 지점과 기부금을 낸 기업 및 금융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지점을 두게 된다. 중앙재단 산하에 청량리지점, 안산지점, 전주지점 같은 형태의 지점이 올 12월부터 내년 5월까지 20∼30곳 생기고 이어 내년 6월부터 2, 3년 동안 200∼300곳이 들어선다.
이런 지점에는 대표 1명과 직원 2∼5명이 근무한다. 자원봉사 성격의 직책이란 점을 감안해 대표자는 보수를 받지 않는다. 다만 기간요원에게는 월 100만 원 이하, 청년 자원봉사자에게는 실비를 지급한다.
미소금융 사업의 지원 대상자는 △영세사업자 △전통시장 상인 △프랜차이즈 창업자 △일반 창업자 △자활공동체 △사회적 기업이다. 대상에 따라 500만∼1억 원을 연 5%대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우선 영세사업자는 우유배달원, 노점상 등으로 1000만 원 한도에서 시장금리보다 2∼3%포인트가량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전통시장 상인회에 자금을 빌려준 뒤 상인회가 영세상인을 선정해 1인당 5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사업도 시행한다. ○○토스트, ○○과자 등 규모는 작지만 시장에 널리 알려진 소규모 업체와 연계해 프랜차이즈 가게를 내는 사람도 지점을 통해 최대 5000만 원을 창업자금으로 빌릴 수 있다.
공동대출은 저소득층이 공동으로 만든 공장 같은 자활단체에 창업 및 운영자금을 1억 원 이내로 지원하는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기업 육성법’에 따라 인증 받은 기업으로 역시 1억 원 이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 기부금 얼마나 들어올지가 관건
미소금융 사업의 재원은 모두 기업 및 금융회사의 기부금으로 조성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정부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아닌 만큼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다. 결국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소속된 대기업 기부금 목표액(1조 원)과 금융회사의 휴면예금을 포함한 기부금(1조 원)이 계획대로 모일지에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기부금을 내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줄 예정이다. 지금은 100억 원의 수익을 내는 기업이 기부금으로 10억 원을 내도 5억 원까지만 법인세 과표(세금부과 기준금액)에서 공제했지만 앞으로는 공제 범위를 50억 원까지로 확대할 계획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비상경제대책회의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삼성, LG, 현대차, SK, 롯데, 포스코 등 재계를 중심으로 1조 원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소금융사업의 재원을 기부금에만 의존하면 사업의 안정적인 수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은 수익에 따라 기부금액을 조절할 가능성이 있어 10년 동안 2조 원을 기부 받겠다는 정부의 목표가 경기상황에 따라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 주도로 벌이는 사업의 재원을 민간 기업의 자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놓고 논란이 제기될 수도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