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기 용인시의 한 정신병원. 15년 만에 만난 모녀는 안타깝게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다. 준비해 간 사진들과 눈앞의 딸 최모 씨(28)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던 엄마 배모 씨(55)가 갑자기 “맞네, 맞아” 하더니 최 씨를 와락 껴안고 눈물을 쏟았다.
큰아버지 집에 놀러갔던 최 씨가 실종된 것은 1994년 1월의 일. 최 씨는 당시에도 약한 정신지체 증세가 있었다. 잃어버린 딸의 행적을 수소문하던 배 씨는 몇 년 뒤 남편을 잃었고 하나 남은 아들마저 교통사고로 떠나보냈다. 배 씨가 용기를 내 경찰서를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경찰은 배 씨의 DNA를 채취해 무연고자 보호시설에 있는 사람들의 DNA 데이터와 비교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14일 배 씨의 딸로 보이는 DNA를 가진 여성이 경기 용인의 한 정신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배 씨에게 급히 연락을 했다. 최 씨는 2007년 12월 경기 수원에서 발견돼 정신병원으로 옮겨졌다.
15년 만의 상봉이었지만 배 씨는 이날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의료진이 최 씨가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배 씨는 “엄마 올 때까지 잘 지내야 돼”라는 말을 남기고 병실을 떠났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