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10년 정비사업 효과
탐방로 6km 생겨나고
부서진 탑 9기도 복원
“경주남산은 그냥 오르면 예의가 아니죠. ‘아는 만큼 볼 수 있다’는 말처럼 그저 지나치면 흔한 돌덩이로 보이는 것도 신라의 역사가 담겨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년째 경주남산연구소 소속 문화유산해설사로 일하고 있는 배경희 씨(53·여·경북 경주시 성건동)는 17일 “경주남산은 알면 알수록 풍성한 느낌이 드는 명산”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주남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이전보다 문화재에 관심을 많이 갖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동도 눈에 띄게 줄어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경주남산이 경주시의 노력과 등산객의 관심에 힘입어 새로워졌다. 휴일인 13일 경주남산에서는 많은 등산객이 초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수년 전만 해도 등산로 곳곳에 소나무 뿌리가 드러나거나 흙이 깊이 파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나무판 등으로 만든 보호시설 덕분에 흉한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1998년부터 경주시가 추진한 남산정비 사업이 10여 년 만에 서서히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경주시는 그동안 탐방로 6km를 만들고 부서진 탑 9기를 복원했다. 또 절이 있었던 곳을 복원하기 위해 사유지도 계속 매입하고 있다. 산 중턱에서는 8세기 무렵 만들어진 삼릉계 석불좌상(보물)을 한창 복원하고 있었다. 신라시대 왕궁인 월성을 지키던 역할을 한 남산신성의 옛 모습을 되살리는 계획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도 흥미롭다. 6세기에 돌로 만든 남산신성을 고증해 4km가량인 성벽을 비롯해 성문 6곳과 망루 22곳 등을 복원할 예정이다. 대구에서 왔다는 30대 직장인 4명은 “주말에 여러 산을 다니고 있지만 경주남산은 풍경이 좋을 뿐 아니라 산 전체에서 그윽한 ‘문화의 향기’가 뿜어져 나와 경건한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연간 60만 명가량이 찾는 경주남산은 면적이 1810만 m²(약 540만 평). 보물과 사적 27점을 비롯해 문화재 690여 점이 곳곳에 있다. 이 때문에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1985년에는 산 전체가 사적(311호)으로 지정됐으며, 2000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경주시가 2052년까지 54년 계획으로 1200억 원을 들여 경주남산을 살리는 계획을 추진하는 것도 이 산이 품고 있는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경주시 최홍락 문화재시설담당은 “경주남산을 신라시대 때와 가장 가깝게 보존하고 복원하는 한편 등산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 산을 오르는 사람은 누구나 우리 역사와 문화에 남다른 식견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