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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도 하이브리드… 3000t급 전기로 간다

입력 | 2009-09-19 03:03:00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국내 첫 하이브리드 선박인 ‘태평양 9호’의 진수식이 18일 울산조선소 독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 현대중공업


현대重 ‘태평양 9호’ 진수식
저속땐 전기모터로만 항해


업계 친환경 기술 개발 경쟁

조선업계가 대형 선박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탄소 배출은 줄이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함께 넣은 국내 첫 하이브리드 선박 ‘태평양 9호’를 건조해 18일 울산 본사에서 진수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내년 초부터 해양경찰청이 사용할 3000t급 경비함인 이 배는 750kW급 모터를 달아 12노트(1노트는 시속 1.8km) 이하로 저속 운항할 때 사용하도록 설계됐다. 전기는 자체 발전기로 생산해 공급한다. 현대중공업은 “이 배는 저속 운항 시 연료 사용을 25% 절감해 연간 10t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자연 기화(氣化)되는 가스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 뒤 추진모터를 구동하는 전기추진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상용화했지만 경비함 등 다른 종류의 선박에 하이브리드 기술을 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은 이에 앞서 디젤엔진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로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WHRS(Waste Heat Recovery System) 기술을 개발해 대형 선박에 적용하고 있다. 안욱현 대우조선 홍보팀 차장은 “이렇게 생산된 전기는 배의 전기·전자제품에 사용된다”며 “이 기술로 선박의 에너지 사용량을 6%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6월 오염물질 배출을 없애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11만 t급 탱커선 ‘아문젠 스피리트’호를 만들어 노르웨이 선급협회(DNV)가 제정한 ‘친환경 선박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배를 주문한 선주들이 점차 친환경 기술을 많이 요구하고 있다”며 “친환경 기술 개발은 신흥 조선강국으로 떠오르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체들이 친환경 기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최근 몇 년 새 유가(油價)가 많이 오른 데다, 여러 국가가 오염물질 배출량 제한 등 선박에 대한 환경규제를 늘리는 추세에 따른 것이다. 초대형 선박인 32만 t급 초대형유조선(VLCC)의 경우 1km를 가는 데 벙커C유가 160kg 필요할 정도로 에너지 소비가 많다.

이에 따라 배를 운항하는 해운업계도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항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 사이에 ‘에코 드라이빙’ 바람이 부는 것과 비슷하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해운업체인 머스크의 박규순 한국지사장은 “자동차에 경제속도가 있듯이 선박도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최적의 운항 속도를 찾아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