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질 포코니에, 마크 터너 지음·김동환, 최영호 옮김/624쪽·3만8000원·지호
개념적 혼성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나온 지식과 정보들을 뒤섞어 완전히 새로운 생각을 창조해내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모든 예술 과학 종교 문화 언어의 근간에는 이 개념적 혼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는 인간 상상력의 근원이기도 하다. 두 명의 저자는 개념적 혼성 이론을 내놓은 인지언어학자.
저자들에 따르면 “내가 너라면 검정 옷을 입을 것이다”라는 표현은 ‘나’라는 사람의 성격과 특징을 ‘너’의 상황 및 입장과 혼성해야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이다. 우리는 아무 노력 없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표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실은 고난도 인지작용의 결과다. 이렇게 보면 개념적 혼성의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저자들은 이런 분석을 통해 4만 년 전 후기 구석기시대에 언어를 비롯한 문화 종교 과학의 ‘창조적 폭발’이 일어난 것은 개념적 혼성의 능력 발달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개념적 혼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그것이 상상력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상상력이 어떤 원리와 법칙에 따라 작동하는지 분석하면서 상상력의 과학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