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연인과 한바탕 싸웠을 때, 입사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 이렇게 기분이 울적할 때면 술 한잔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울한 기분을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기 더 쉽고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질환 전문 병원인 다사랑병원이 입원환자 195명(남성 136명, 여성 5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알코올 의존 환자 195명 중 42%는 우울증을 앓고 있고 19%는 자살 시도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알코올은 코카인처럼 특정 뇌세포를 직접 자극해 섭취량이 적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뇌(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진 우울증 환자가 알코올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뇌기능이 더욱 저하돼 우울증이 심해진다. 술을 마시면 일시적으로 우울감이 덜 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술을 마시게 된다. 내성이 생기면 갈수록 많은 양을 마시게 되고 결국 알코올 의존증으로 발전하는 것. 처음엔 경증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알코올 의존이나 약물 남용으로 악화되면서 중증 우울증으로 진행되기 쉽다.
특히 우울증의 대표적 증상은 혼자 있으려는 것인데, 혼자 술을 마시면 대화 상대가 없어 술을 더 빨리 마시게 된다. 술을 급하게 마시면 음주량은 더 많아지고 취하는 속도도 빨라지므로 위험하다.
이무형 다사랑병원장은 “우울증을 술로 다스릴 경우 오히려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우울증이 악화된다”고 말했다.
단순한 우울감이 우울증, 알코올 의존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여럿이 함께 즐기는 취미 활동이 도움이 된다.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 독서나 컴퓨터게임에 열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밖에 나가 운동이나 산책을 하면서 되도록 햇빛을 많이 쐬어야 한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