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초 갔더니 묘지 사라져… “누군가 착오로 이장한 듯”
18일 오전 11시경 아버지 산소를 벌초하기 위해 강원 원주시 태장동 성우아파트 맞은편 공동묘지에 도착한 이호룡 씨(41·강원 원주시 우산동)는 깜짝 놀랐다. 20년 넘게 한자리에 있던 아버지의 묘와 유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근에 있던 묘는 그대로인데 이 씨 아버지 묘만 감쪽같이 없어졌다. 봉분이 있던 자리는 평평하게 정리돼 있었고 삽질 흔적과 석회가루가 남아 있었다. 주변은 말끔히 벌초가 돼 있는 상태였다. 토양 상태로 보아 2, 3개월 전에 벌어진 일로 추정됐다. 이 씨는 즉시 원주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상태로 미뤄봤을 때 의도적 범죄 행위가 아니라 누군가가 착오로 자신과 관계없는 묘를 이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주민센터의 이장 신고 기록과 함께 주변 묘 연고자들을 상대로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씨는 “아버지의 유골을 가져간 사람이 화장한 뒤 강이나 산에 뿌리지는 않았는지 정말 걱정스럽다”며 “추석 전까지는 꼭 되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공동묘지는 시유지로 별도의 관리인이 없는 데다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목격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씨는 19일 공동묘지 입구와 주차장 등 네 곳에 ‘묘를 이장하신 분이나 이장 작업을 하신 분은 연락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이 씨 연락처는 011-400-8256.
원주=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