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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동산 투기의 달인’ 같은 백희영 후보자

입력 | 2009-09-21 02:56:00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가 재개발 예상 지역의 주택을 사서 되팔거나, 살지도 않을 집을 여러 채 보유한 것은 투자의 모범인가, 투기의 전형인가. 그 같은 사람이 장관이 되면 이 정부가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도덕적 책무)’는 공허해지지 않을까.

백 후보자는 1996년 재건축이 예상되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72.16m²(약 22평) 아파트 한 채를 2억 원에 샀다. 이 아파트는 2001년 전용면적 100.92m²(분양면적 40평형)의 고급 아파트로 재건축돼 현재 기준시가는 8억6200만 원이다. 백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좀 더 됐으면(시세가 올랐으면) 한다”고 했다가 야당 의원으로부터 “기준시가로 계산해도 6억 원 이상 올랐다. 국무위원 될 사람이 할 소리냐”는 힐난을 받았다.

백 후보자는 2001년 6월엔 재개발이 예상되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소재 다세대주택의 39.6m²(약 12평)짜리 한 채를 9000만 원에 샀다. 그 후 이 지역은 재개발에 들어가 아파트로 탈바꿈했다. 그는 2006년 9월 이 아파트를 4억5000만 원에 매도해 4배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그는 2000년 12월 양천구 목동의 전용면적 142.5m²(약 43평) 아파트 한 채를 3억8000만 원에 샀다가 2001년 1월 같은 가격에 되팔았다. 기준시가가 4억7200만 원인데 1억8400만 원으로 이른바 ‘다운계약서’를 썼다.

그는 당초 세금 탈루가 없었다고 했다가 “결국 다운계약서를 쓴 것이며, 취득세 탈루가 없을 수 없다”는 민주당 박은수 의원의 추궁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사과했다. 2005년 12월 관악구 봉천동 오피스텔 1실을 구입해 임대하고, 2006년 제주의 수익형 호텔 분양권을 매입해 지난해 팔았다.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사례들에 대해 ‘성공적 투자’의 교본(敎本)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라고 비꼬아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불법성 여부는 제쳐두고라도 상습에 가까운 투기 의혹은 고위 공직자로서 중대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 장남이 과체중으로 병역 3급 판정을 받은 뒤 불과 45일 만에 또다시 정신병력을 인정받아 공익근무를 하게 된 점도 의혹의 대상이다. 그러나 그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관련 자료의 공개를 거부했다.

장관 내정자 발표 단계에서 영양학자를 여성부 장관으로 발탁하는 인사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장관으로서의 업무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다면 전공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우리는 봤다. 그러나 백 후보자의 부동산 거래 명세를 보면 과연 장관의 직무수행에 적합한 도덕성과 공직(公職)의식을 갖췄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