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정고시 행정직 최종 합격자 242명 가운데 51.2%인 124명이 여성이었다. 행시 사상 최초로 여성 합격자 비율이 50%를 넘었고 수석 합격자는 7년 연속 여성이 차지했다. 작년 외무고시 여성 합격자는 전체의 65.7%나 됐고 사법시험 합격자 중 여성 비율도 38.0%로 높아졌다. 이른바 ‘3시(試)’뿐 아니라 7급이나 9급 공무원 채용시험에서도 여풍(女風)이 거세다.
▷‘인기 직업’ 채용과정에서 여성 약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선호하는 교사직은 젊은 남자 교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주요 언론사 신입기자도 과거에는 여성이 매년 한두 명에 그쳤으나 요즘은 절반 안팎이 여기자다. 조직생활에 필요한 덕목인 업무능력과 열정, 리더십과 로열티에서 웬만한 남자직원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인정받는 여성 인재들이 민간 및 공공 부문에서 심심찮게 눈에 띈다.
▷하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여성의 사회진출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의 여성 경제활동 참여율은 작년 말 현재 평균 61.3%인데 우리나라는 54.7%로 27위에 그쳤다. 1위인 아이슬란드(82.5%)는 80%를 넘었고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78.2%와 77.4%나 됐다. 또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53.2%로 24위였다. 일부 직종을 중심으로 여성 진출이 크게 늘었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여성의 사회활동에 여전히 장애가 적지 않고 ‘직역(職域) 편차’가 심하다.
▷경제활동 참여율이나 고용률을 산정할 때 제외되는 전업주부가 직장여성보다 사회적 역할이나 개인적 보람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육아와 가사 등 어머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삶의 의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주부도 많다. 그러나 직장을 원하는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유무형의 사회적 장벽에 가로막혀 차별받는다면 그건 딴 문제다. 여성 인력의 활용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경제성장의 새로운 엔진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양한 직종의 여성들이 채용 및 승진 과정에서 성별(性別)에 따른 불이익도, 특혜도 없이 남성과 동등하게 능력 위주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국가 성장잠재력 강화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