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차량인 기아자동차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탄 탤런트 겸 카 레이서인 이세창 씨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올해로 무사고 운전 19년, 카 레이서 경력 13년째를 맞는 이 씨는 “진정한 카레이서는 안전과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는 ‘에코 드라이버’”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환경부 홍보대사’ 탤런트 카레이서 이세창 씨
경기장에선 쌩쌩… 도로에선 안전운행
“자동차 사랑하면 절대 무리 안해요”
주기적 점검도 에코 드라이브에 도움
“차를 진정 아끼고 안전운행을 하면 ‘에코 드라이브’는 자동으로 되는 것 아닌가요?”
17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카 레이서 복장을 하고 나타난 탤런트 이세창 씨(39). 그는 에코 드라이브에 대한 자신의 운전철학을 이렇게 요약했다. 아내 김지연 씨가 이 씨의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서 붙인 별명이 ‘할아버지 운전사’. 차를 천천히 몰기도 하지만 주차할 때도 몇 번을 차에서 내려 확인하는 습관 때문이다. 두 번이나 레이싱 챔피언에 오른 카 레이서치곤 뜻밖이었다.
더구나 급가속과 급제동을 오가며 엄청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카 레이싱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 환경부는 올해 1월 ‘친환경 운전 홍보대사’를 맡겼다. 처음에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에 대한 그의 열정과 운전 습관을 듣고 나서 모든 의문이 풀렸다.
○ 진정한 레이서는 ‘에코 드라이버’
“예전에는 저도 스피드광이었습니다. 하지만 13년간 레이싱을 하면서 차가 제 인생의 일부가 됐고, 그때부터 모든 게 달라졌죠.”
자동차 전문지에 글을 기고하는 등 평소 차에 관심이 많던 이 씨는 1996년 레이싱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2003년 레이싱 팀 ‘알스타즈’를 직접 창단하고 나서는 경기용 차량 개조기술을 배우려고 일본으로 건너가기까지 했다. 레이싱에만 집중하려고 몇 년간 본업인 연예인 활동을 접고 차에만 매달렸다.
차에 온갖 열정을 쏟으면서 ‘애마’에 무리를 주면서까지 속도를 즐기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셨단다. 그는 “레이싱을 어설프게 배우면 일반 도로에서 폭주족이 되지만 깊게 알면 절대 그러지 못한다”고 했다. 차를 아끼는 마음은 자연스럽게 ‘에코 드라이브’로 이어진다는 것.
우선 주차장에 들어설 때마다 차 주변을 돌면서 바퀴 축과 지면 사이의 높이를 유심히 살피는 버릇이 생겼다. 평소보다 높이가 낮으면 십중팔구 타이어에서 공기가 빠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즉시 채워준다. 레이싱을 하면서 적정 공기압을 맞추지 못해 ‘스탠딩 웨이브 현상’(고속주행 시 타이어 접지면에 주름이 잡히는 현상)으로 사고가 나는 동료들을 종종 봐왔기 때문이다.
이는 안전에만 직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타이어의 공기압이 낮으면 지면과의 접촉 면적이 늘어 연료소비효율(연비)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타이어 공기압이 10% 감소할 때마다 연료가 약 1%씩 더 소모된다.
○ ‘애마’를 아끼는 마음부터
평상시 국도나 고속도로에서 시속 80∼100km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도 레이싱을 하면서 들인 습관이다. 자동차 경주를 하면서 일반 운전이 더 위험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자동차 경주는 비슷한 기량의 운전자들이 경기규칙에 따라 한 방향으로만 운전하도록 돼 있다”며 “하지만 일반도로에서의 운전은 다양한 실력의 운전자들이 양 방향으로 오가는 데다 돌발변수도 많아 솔직히 운전하기가 겁이 난다”고 털어놨다.
공교롭게도 안전운행을 위해 지키고 있는 그의 평균 속도는 에코 드라이브를 위한 경제속도와 거의 일치한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국도에선 시속 60∼80km, 고속도로에선 시속 90∼100km가 최적의 경제속도라고 지적한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경차는 시속 60km로 L당 24.9km를 주행할 수 있지만, 시속 120km에선 12.7km에 그쳐 연비가 크게 떨어진다. 과속이 안전운행에 있어 최대의 적(敵)인 동시에 연비를 악화시키는 주범인 것이다.
이 씨는 알스타즈에 들어와 레이싱에 입문하려는 연예인 후배들에게 반드시 손 세차를 하도록 권한다. 자신도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은 걸레를 들고 열심히 닦고 광을 낸다고 했다. “직접 차를 만져봐야 애정도 생기고 무엇보다 차량 상태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도 모자라 이 씨는 2, 3주에 한 번씩 반드시 엔진룸을 열고 육안으로 각종 오일 등이 새는지를 확인한다고 했다. 또 운전할 때 가끔은 음악을 끄고 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지 않는지 체크해 본다. 주기적인 차량 점검은 차의 생명을 늘리는 한편 사고율과 배기가스량을 낮추는 1석 3조의 효과를 낸다는 것.
실제로 이 씨의 자동차 점검 습관은 에코 드라이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자동차 점검을 소홀히 하고 오일 등 각종 소모품 교환을 제때 해주지 않으면 연비가 떨어지고 대기오염도는 높아진다. 소비자단체인 자동차시민연대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약 20%만 한 달에 한 번 자동차를 점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씨는 “차를 단순한 운송도구로만 여기지 않고 평생을 함께하는 벗처럼 대하면 무리한 운전을 하기 힘들다”며 “앞으로 안전과 친환경을 동시에 실천하는 진정한 에코 드라이버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