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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로 해고 알려도 서면통지와 같은 효력”

입력 | 2009-09-21 02:56:00


서울지법, 기존과 배치 판결

e메일을 통한 해고통지도 서면(書面) 통지와 같은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법원 판결이 처음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부장판사 박기주)는 김모 씨가 “e메일을 통해 해고를 통보한 것은 서면으로 해고통지를 하도록 한 근로기준법에 위배돼 무효”라며 대우건설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김 씨 측에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를 해고할 때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7조 1, 2항은 근로자의 생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해고가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분쟁이 생겼을 때 이를 명확히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씨가 회사와 해외연수 기간에 e메일로 교신해왔고 해고통지 e메일에 ‘인사위원회 의결통보서’가 첨부 발송된 데다 김 씨가 이를 정상적으로 수신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에서 e메일 해고통지는 서면에 의한 통지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은 서면이 아닌 방식으로 해고를 통보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봤던 기존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올 7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SMS)로 해고통보를 받은 정모 씨가 A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SMS 해촉 통보는 서면 해고통지 규정을 어겨 무효”라며 정 씨 측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번 소송에서 패소한 김 씨는 1998년 8월 사내 해외연수 대상자로 선발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연수 기한인 2년이 지난 2000년 8월 연수기간을 1년 연장해 2001년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세 차례 더 기간을 연장하며 박사과정을 밟았다. 김 씨는 2007년 7월 연수기간 재연장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했고 같은 해 10월 회사의 귀국 통보에 응하지 않은 채 미국에 머물다 e메일로 해고통보를 받자 소송을 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