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품질기준 완화 검토
환경단체 반발 등 논란 예상
정부가 휘발유에 대한 품질기준을 완화해 저렴한 외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국내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서다. 지식경제부는 20일 외국산 휘발유를 수입하는 방안에 대해 정책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환경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가 남아 있고 국민 정서상 품질기준 완화가 쉽지 않겠지만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외국산을 들여와 국내 정유사를 견제하면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휘발유, 경유의 지난해 평균 소비자 가격을 국가별로 비교해보면 한국은 미국, 캐나다보다 약 40∼80%, 일본보다 약 1∼8%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지난해 평균 L당 1.54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23개국 가운데 17위였다. 1위는 네덜란드였는데 L당 2.25달러로 가장 비쌌다.
해외 정유업체는 수십 개에 달하지만 가격 경쟁력과 품질 기준 등으로 인해 실제 국내에 수입되는 휘발유는 없다. 2000년대 초반 타이거오일 등 몇 개 수입사가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국내 정유사와의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또 일부 외국산 휘발유는 국내 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해 수입하지 못했다. 국내 휘발유의 황 함유량 기준은 10ppm. 유럽연합(EU), 일본 등이 한국과 같은 10ppm이며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30ppm이다. 자동차 연료의 황 함유량이 높을수록 환경오염 물질 배출은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기준을 완화하면 중국산 휘발유가 수입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휘발유를 기준으로 법령을 완화하려면 현재 10ppm인 휘발유의 황 함유량 기준을 5배인 50ppm까지 확대해야 한다. 기준 완화가 추진되면 환경단체의 반발이 예상되며 환경부와의 협의 과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