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이 점점 불행해지고 있다."
1960년대 여성 해방 운동으로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역설적이게도 여자들이 더욱 불행해졌다고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가 20일 칼럼에서 지적했다. 여성은 성취할수록 괴로움을 느끼고 있지만 남성은 오히려 행복해하고 있어 여성 해방 운동의 수혜자가 남성이 돼버렸다는 것.
다우드가 칼럼에서 인용한 미국의 일반 사회조사(GSS)를 포함해 주요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페미니즘 운동을 기점으로 여성은 불행해진 반면 남성은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70년대 이전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욱 행복감을 느꼈으나 이 같은 추세가 뒤바뀌어 이제는 남성이 더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한 여성 블로거는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다. 결혼 여부, 수입 수준, 자녀 유무, 인종, 국적에 관계없이 여자들은 불행해졌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사회 참여가 늘어남에 따라 남자들은 생계를 혼자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또 자기만 바라보고 사는 부인에게서 느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게 돼 더 행복해졌다.
이와는 반대로 자유를 얻게 된 여성들이 오히려 불행함을 느끼고 있는 원인에 대해 다우드는 우선 여성들이 직장과 가사 일을 병행하면서 예전보다 더 큰 스트레스를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성들이 남성 지배적인 (일의) 세계에 들어서면 스스로에게 부담을 많이 지우게 된다"며 "예전에는 외모, 육아, 정원 돌보기, 저녁 파티 등으로 스스로를 평가했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에 더해 어디 대학원을 졸업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일을 제때 마쳤는지, 맞벌이 가정을 제대로 꾸려가고 있는지 등 더 많은 평가 항목에 따라 평가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갤럽의 조사 전문가였던 마르쿠스 버킹엄은 이에 대해 "선택은 본질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이다. 여성들은 더욱 미칠 지경이 돼가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신경 쓸 일이 많아질수록 하나하나에 세심한 신경을 못 쓰게 돼 이에 따른 부담을 느끼게 된다는 설명이다.
'불행해지는 여성의 역설'의 저자 베씨 스티븐슨 교수는 "여성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아이를 갖는 일"이라며 "아이가 내 행복을 앗아간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부유하든 가난하든, 아이를 늦게 갖든 빨리 갖든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호르몬이나 생물학적인 요인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도 있다. 여성의 호르몬이 더 미묘하고 생물학적으로도 취약해 남자보다 스스로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는 것. 여성들은 특히 타인에게 집착하는 경향이 강하며 이러한 집착을 잃게 되면 남자들과 달리 더욱 자학하게 된다. 여성들은 또 공적인 일을 사적으로 해석하고 남성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마르쿠스 버킹엄은 이에 대해 "여성들의 삶은 점차 더 비어간다. 그들은 무언가를 하면 할수록 감동은 덜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성형 기술의 발달에 따라 외모와 젊음에 대한 강박 관념이 강해진 사회적 변화도 여자들을 불행하게 하고 있다고 다우드는 지적했다. 남자는 멋있게 늙어갈 수 있지만 여성은 60대에도 20대처럼 보이길 강요받는다. 또 사회적으로 홀아비보다는 미망인이 많아 남성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연애를 즐길 수 있고 젊은 배우자를 만날 기회도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다우드는 스티븐슨 교수의 역설을 인용하며 끝을 맺었다.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어 행복하다. 그 선택이 우리를 불행하게 할지라도."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