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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계약’… 흑표 기술 터키이전 무산위기

입력 | 2009-09-22 02:52:00


‘터키가 기술 소유’ 수출계약 했던 현대로템
5개월뒤 국방과학硏과 내용 뒤집는 계약 체결

국내 기술로 개발된 차세대전차 ‘흑표’ 기술의 터키 수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7월 현대로템㈜이 터키 방산업체인 오토카와 체결한 4억 달러 규모의 한-터키 간 전차 기술 수출 계약을 뒤집을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국내 계약이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ADD) 간에 체결된 사실이 21일 확인됐기 때문이다.

터키와 체결한 계약에는 이전되는 기술의 소유권이 터키에 있다고 돼 있다. 반면 현대로템과 ADD가 체결한 계약에는 터키에 로열티 지급을 요구하고 터키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터키에 기술이 이전되려면 원천기술을 가진 ADD가 현대로템에 기술을 넘기고 현대로템이 이를 다시 터키에 넘겨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결된 두 개의 계약이 서로 상충하는 것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1월 방위사업청과 ADD가 기술유출 가능성을 알고도 수출 진흥 차원에서기술수출을 승인함에 따라 같은 해 7월 터키 오토카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핵심기술을 포함해 모든 기술의 터키 소유권을 인정했다. 또 터키가 제3국에 기술을 수출할 경우 한국 정부에 사전 통지하고 한국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도록 했다.

▶본보 21일자 A6면 참조
‘흑표’기술 터키 이전, 수출이냐 유출이냐

하지만 ADD는 한-터키 기술수출 계약이 체결된 지 5개월이 지난 지난해 12월 현대로템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면서 터키로 이전되는 전차 기술의 제3국 수출 시에는 한국 방위사업청장의 서면승인과 함께 로열티(5%)를 징수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이 계약서의 겨약 특수조건 제11조는 ‘ADD의 원천기술 또는 원천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터키가 제3국으로 기술 이전하거나 수출할 경우에는 현대로템은 방위사업청장의 사전 서면승인을 얻도록 하며, 제3국에 대한 사용권 허여 등의 경우 수령해야 할 로열티에 대해서는 관련 규정을 따르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이처럼 두 개의 상충되는 계약이 존재함에 따라 ADD나 터키 측은 이를 이유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기술수출은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ADD는 문제의 조항이 ‘터키가 전차를 개발해 그 기술 등을 제3국에 팔 때’라는 미래의 상황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터키 측이 현대로템과 ADD 간 계약 내용을 알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터키에 대한 수출이 원만하게 진행되려면 두 개의 계약서 중 하나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ADD의 태도 변화에 대해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ADD는 지난해 1월 방위사업청에서 열린 정책기획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터키의 소유권을 인정하며 기술수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랬던 ADD가 터키와 계약이 체결된 지 5개월 만에 상충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책임 추궁이 있을 것에 대비한 방어적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