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에 있는 과거 앨커트래즈 연방교도소의 전경. 1962년 이 교도소에서 죄수 3명이 탈옥하자 이듬해 교도소는 폐쇄됐고 지금은 국립공원국이 관리하는 관광 명소로 변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앨커트래즈 교도소서 발생
“탈옥범 제보 지금도 계속”
1962년 6월 12일 아침 미국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섬에 있는 앨커트래즈 연방교도소. 점호 시간이 되었는데도 응하지 않는 감방이 있었다. 간수들이 들여다보니 죄수는 침대에 누워서 자고 있었다. 보고를 받은 간수장 빌 롱 씨가 창살 사이로 손을 넣어 베개를 흔들며 깨웠다. 순간 베개에서 사람 머리가 침대 밑으로 떨어졌다. 롱 씨는 놀라 뒤로 자빠졌다. 누워 있던 건 알고 보니 인형이었다. 절대 탈옥할 수 없는 ‘종신(終身)감옥’으로 불리던 앨커트래즈에 탈옥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렸다.
‘앨커트래즈 대(大)탈옥’으로 널리 알려진 죄수 프랭크 모리스(사진) 등 3인의 탈옥사건이 발생한 지 47년이 넘은 현재도 미 법무부 보안국은 이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고 공영라디오방송(NPR)이 20일 보도했다. 7년 전부터 이 사건을 책임지고 있는 마이클 다이크 보안관은 “아직도 제보가 계속 들어온다”며 “몇 주 전엔 모리스가 앨라배마 시골 농장에 살고 있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3인의 탈옥 계획은 1960년 당시 나이 34세인 모리스가 이감돼 오면서 시작됐다. 무장 강도와 마약 등 숱한 죄목을 달고 이감된 모리스는 당시 30세, 31세이던 클래런스 형제와 함께 2년에 걸쳐 탈옥을 준비했다. 한 명이 망을 보는 동안 감방의 벽을 주방에서 훔쳐온 수저로 팠다. 낮에는 옥상 헬기착륙장을 청소하겠다고 간수들에게 간청해 올라간 뒤 비닐 뗏목과 구명조끼를 만들었다. 재료는 교도소에서 지급해준 우의(雨衣)였다. 지능지수(IQ) 133의 영리한 모리스는 기계공 전문 잡지를 구독하며 비닐 뗏목을 만들었다. 종이와 비누를 녹여서 만든 실물크기의 인형은 감방을 빠져나간 뒤 8시간을 벌어줬다.
올해 80세인 당시 간수장 빌 롱 씨는 NPR 인터뷰에서 “당직 근무자들이 옥상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고 근무일지에 적었지만 특별한 낌새는 눈치 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방 벽 뒤는 설비 회랑이었다. 벽을 뚫고 탈출한 모리스 등은 배관 파이프를 사다리 삼아 옥상으로 올라간 뒤 숨겨놓은 뗏목을 들고 반대편 끝에서 파이프를 타고 내려가 바다로 갔다.
보안당국은 사상 최대의 수색전을 펼쳤지만 비닐 조각 이외엔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이들이 섬에서 샌프란시스코 해변까지 2.4km의 거친 바다를 건너다 익사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1979년 “살아 있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교도소 보안 책임기관인 법무부 보안국은 NPR에 “아직도 영장이 유효하다. 그들이 사망했다는 증거는 없다. 공식적으로 사망이 확인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