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상금 걸고 엽사도 동원
농민들 퇴치작전 안간힘
충북 최대 호두 산지인 영동군 상촌면. 요즘 이곳에서는 ‘호두 도둑’ 잡기가 한창이다. 상촌농협이 호두 농사에 큰 피해를 주는 청설모를 잡기 위해 마리당 5000원의 포상금을 내걸었기 때문. 공기총이나 덫 등으로 청설모를 잡은 뒤 꼬리를 잘라 오면 돈을 주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해 수확이 마무리되는 이번 주까지 진행되는데 지금까지 100여 마리를 잡았다.
본격적인 수확철을 맞아 충북 지역 지자체들이 멧돼지, 꿩, 고라니 등 유해조수로부터 농작물을 지키려 유해조수 구제단 운영, 전기 울타리 설치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
상촌농협의 청설모 포획작전은 2006년 시작됐다. 농협 측에 따르면 청설모 한마리가 1년 동안 먹어치우거나 땅에 떨어뜨려 못 쓰게 만드는 호두의 양은 40kg 정도. 한 해 동안 100마리만 잡아도 5000만 원 정도의 피해를 줄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07년에는 500마리를, 지난해에는 45마리를 각각 잡았다. 상촌농협 관계자는 “올해는 200마리를 목표로 시작했다”며 “호두의 최대 적(敵)인 청설모가 없어질 때까지 포획작전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옥천군은 유해조수 출몰이 잦은 산간 농경지 30곳에 전기울타리를 설치했다. 이 울타리는 별도 전원 공급 없이 태양광 집열판을 이용해 철책선에 순간적으로 전기가 흐르도록 설계됐다. 농가별로 설치비의 60%씩 올해 모두 5000만 원을 지원했다. 등산객 등의 안전을 위해 울타리 주변에 안내팻말도 세웠다. 옥천군은 2006년부터 4년간 63곳에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다.
영동군은 한국야생동식물보호협회 등 3개 단체 엽사 25명으로 유해조수 자율구제단을 만들어 다음 달 말까지 운영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1년 동안 구슬땀을 흘린 농민들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도록 유해조수 피해 예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