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를 자주 때리는 감독이 있었다. 꽤 오래 전 일이다.
종목을 밝히기는 그렇고 여자 단체 팀을 지도하던 감독이었다. 그는 훈련 중에도 선수들에게 손찌검을 하기 다반사였고 때리는 게 문제가 돼 징계를 몇 번 받기도 했지만 당시에는 계속 지도자 생활을 유지했다.
그의 폭력 행위는 습관적이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TV 카메라가 코트 안까지 들어가 작전 타임 때 감독과 선수들의 모습을 중계한 뒤로 그 감독은 선수들을 손으로 때릴 수 없자 작전 지시를 하면서 발로 선수들의 정강이를 몰래 차기도 했다.
체육계에서 폭력은 지도자와 선수, 그리고 선, 후배 사이에 행해진다.
성적에 목을 매고 있는 지도자들은 자신의 뜻대로 잘 안되면 '사랑의 매'라는 그럴 듯한 구실 하에 폭력을 행사한다.
또한 수직적 통제가 일상화되어 있는 운동부에서는 선배가 후배를 구타하는 경우가 있다.
극히 드문 경우지만 선수가 소위 '싸가지 없게' 지도자에게 대드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 한 프로 구기 종목에서는 선수가 감독에게 "야 임마 네가 다 해먹어라"라며 물건을 집어 던진 사건이 있었다. 그 선수는 물론 며칠 후 보따리를 쌌다.
필자는 우리나라, 아니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로 힘든 훈련은 대한민국 해군특수부대 'UDT-SEAL(유디티-실)' 훈련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극한의 훈련이 모두 실시된다.
하지만 이 훈련 과정에서 교관들은 훈련병에게도 보통 존댓말을 쓴다. 교관이 훈련병을 때리거나 하는 폭력 행위는 없다.
극한의 훈련을 견디기 힘든 훈련병은 자발적으로 퇴소를 하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최고의 엘리트 전사가 탄생한다.
권투 선수들은 맞는 고통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권투는 상대를 효과적으로 가격하는 기술인 동시에 피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한 원로 권투인이 "상대 주먹을 다 맞으면 죽는다. 눈 뜨고 맞으라고 하는 것도 나중에는 상대 주먹을 피할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한 배드민턴 대표 선수와 복싱 대표가 장난삼아 스파링을 벌인 적이 있었다. 엄청난 민첩성을 가지고 있는 배드민턴 선수였지만 복싱 선수가 한손만 사용해서 슬슬 내뻗는 주먹도 피하기가 버거울 지경이었다고 한다.
지도자이건 선배 선수건 폭력을 쓰는 자는 권투 선수의 연습 파트너로 링에 세워 '맞는 고통'을 뼈저리게 맛보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듯하다.
권순일 |동아일보 스포츠사업팀장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