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성묘객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벌초 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12,13일의 주말에만 172건의 벌초 사고가 발생했다. 집계되지 않은 사고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수백 건의 벌초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172건의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벌 쏘임(148건)이었다. 예초기를 잘못 사용해 사고로 이어졌거나 산행 도중 부상을 입은 사례가 22건, 뱀에 물린 사고가 2건이었다.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만 동동 구르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응급처치만 제대로 하면 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법. 벌초 가기 전 응급처치 방법을 알아두자.》
벌독, 알레르기 체질엔 치명적… 사망률 뱀독의 3~5배
뱀에 물리면 ‘구멍 2개’ 독니 자국 여부 확인→ 응급처치
예초기 칼날 등 고정여부 점검… 고글-무릎보호대 꼭 착용해야
○ 벌독, 알레르기 환자에게 특히 위험
벌에 쏘이는 사고는 가장 흔하게 일어나는 벌초 사고다. 뱀에 물릴 때보다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벌독이 뱀독보다 독성은 약하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3∼5배 높다.
알레르기 체질의 사람에게 특히 위험할 수 있다. 심한 경우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수십 분 이내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아토피 질환 등 질환이 있는 사람은 벌에도 알레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노출이 심하거나 화려한 색상과 무늬를 가진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 향수나 스킨로션 등 벌을 유인하는 향기가 있는 제품도 피해야 한다. 목걸이, 팔찌 등 금으로 된 장신구도 햇빛에 반사되면 벌을 유인할 수 있다.
○ 뱀에 물리면 독니 자국부터 확인해야
뱀은 사람이 자극하거나 부상을 입히지 않는다면 먼저 물지 않으므로 크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물리고 나면 뱀이 독사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겉모양만으로 독사를 감별해 내는 건 쉽지 않다.
따라서 물린 부위에 독니 2개에 의한 작은 구멍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낫다. 뱀독은 삽시간에 전신으로 퍼지지 않기 때문에 응급처치만 제대로 하면 된다. 단, 입으로 독을 빨아내거나 물린 부위를 칼로 째는 방법은 2차 감염 우려가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독사에 물린 부위는 열이 나고 붓거나 물집이 잡힌다. 피부색이 변하고 피가 나기도 한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구토가 나는 등 전신 증상이 있다면 빨리 병원에서 독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 예초기 사용 땐 칼날 파편 주의
예초기는 풀을 깎는 용도로 만들어진 기구다. 날카로운 칼날이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곳은 풀 속에 있는 돌이나 바위를 발견하기 힘들다. 칼날과 돌이 부딪치면서 파편이 튀어 팔이나 다리를 다치기도 한다.
볼트나 칼날이 안정적으로 고정돼 있는지 예초기를 미리 점검한다. 손잡이는 두 손으로 잡아야 예초기를 놓쳐 생기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벌초를 할 때에는 반드시 보호용 고글이나 선글라스를 쓰고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칼날에 부딪힐 만한 돌은 미리 치우고 작업할 때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도움말 =오범진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