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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즈의 섹스 스캔들이 용서 안되는 이유

입력 | 2009-09-23 16:26:00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 민주당의 거물급 정치인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또 다시 불거진 섹스 스캔들로 정치적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민주당의 막강한 경선 후보였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부 인사 때도 유력한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렸던 인물.

그와 바람을 핀 정부(情婦)는 프로덕션 회사를 운영했던 리엘 헌터라는 여성이며 이 여성이 낳은 생후 19개월 된 딸아이도 실은 에드워즈가 낳은 자식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태다.

에드워즈 전 의원이 헌터와 바람을 피웠다는 뉴스는 2007년 내셔널 인콰이어러지가 처음 보도했다. 당시 이 뉴스에 주목하지 않았던 주류 언론들은 대선을 앞둔 지난해 7월 이 언론이 다시 에드워즈와 헌터, 그리고 문제의 딸이 로스엔젤레스 호텔에서 밀회중인 사진을 게재하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에드워즈는 결국 헌터와의 혼외정사는 인정했으나 "'타이밍상' 내가 아빠는 아니다"며 딸의 존재는 부인했다.

이번에는 에드워즈의 측근이었던 앤드루 영이 최근 한 출판사에 출판 의뢰를 하면서 에드워즈의 성 추문과 관련된 폭탄 발언을 터트리고 있다. 영은 원래 "헌터가 낳은 딸은 내 딸"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이다.

그가 출판 제안서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다. 우선 에드워즈 전 의원이 헌터가 낳은 딸의 아버지라는 것이다. 영은 에드워즈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아빠라고 거짓말을 했었다고 주장했다. 에드워즈 의원은 한 후원자에게 '유전자 검사를 위조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봐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특히 에드워즈는 "부인이 죽으면 너와 결혼하겠다"며 초조해하는 헌터를 달래기도 했다고 영은 주장하고 있다.

이로써 한때 지역구인 '노스캐롤라이나의 아들'로 사랑받던 정치인 에드워즈는 이제 모든 이들의 경멸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에드워즈 전 의원 측은 대선 경선 후보 시절 헌터에게 캠페인 비디오 제작을 맡기고 11만4000 달러를 지불했다. 특히 에드워즈의 후원자 2명은 헌터의 입을 막기 위해 그녀에게 BMW를 포함해 금전적인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현재 연방 대배심은 '대선 경선 후보 애인의 입막음을 위해 후원자들이 돈을 지불한 것이 선거 기부에 해당되는가' 라는 복잡한 법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꼬집었다.

CNN은 그동안 섹스 스캔들에서 살아남은 몇몇 정치인들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에드워즈가 이번 성 추문에서 정치적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스캔들의 구체적 내용이 문제다. 그는 32년간 함께 살아왔으며 암 투병 중이었던 조강지처 엘리자베스를 속이고 바람을 피웠다. 정부에게는 "부인이 죽으면 너와 결혼하겠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몇몇 성추문의 경우 일부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있으나 에드워즈 전 의원의 경우는 일반인들의 공분을 사기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또 바람피우는데 공금을 쓰는 것은 금물이다. 에드워즈 전 의원은 애인에게 선거 캠페인 비디오 제작을 맡겼으나 헌터에게 지불된 공금의 용처는 '가구 구입'이라고 돼 있었다. 그는 이 같은 공금 집행이 합법적이었는지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 추문 때문에 곤경에 처한 에드워즈 전 의원에 힘이 돼줄 만한 '정치적 신용'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CNN은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경우 복지 정책 개혁과 균형 예산 등의 업적을 쌓아 재임 중 '르윈스키 스캔들'을 겪고도 유례없는 지지율 속에 임기를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에드워즈 전 의원 측은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공식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