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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영균]민노총의 광고주 협박

입력 | 2009-09-25 02:50:00


민노총은 그제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주요 신문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민노총이 세 신문에 대해 적대적 태도를 보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이유가 참으로 가소롭다. 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 신문들을 보고 믿는 종교인은 악마를 믿는 것이고, 시민은 악마를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전국 신문 구독자의 60∼70%가 매일 아침마다 이 신문들을 보고 있다. 민노총은 다수 국민을 ‘악마를 따르는 바보’로 취급한 것이다.

▷민노총은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에는 광고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에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삼성 제품을 사지 않는 삼성불매 펀드에 가입해 불매(不買)운동을 펴겠다고 협박했다. 펀드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삼성제품 불매 실적을 합산해 집단의 힘을 과시하려는 협박클럽이다. 기업들이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로 나타나는 광고효과 때문이다. 광고효과가 높은 매체를 골라 광고를 싣는 것은 광고주의 자유요 권리다.

▷광고주를 협박하는 불매운동은 불법이다. 법원은 광고주를 협박한 24명 전원에게 “정당한 소비자 운동을 벗어나 기업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을 위력으로 제압한 업무 방해”라며 유죄를 선고했다. 대한민국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의 제품에 대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한국 경제를 흔들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바로 이런 행태 때문에 올 들어 KT 쌍용차 영진약품 같은 20여 개 기업 노조가 민노총을 탈퇴했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들어왔다고 까불 일이 아니다.

▷한겨레와 경향은 이른바 진보신문을 표방한다. 그런데 민노총이 부수가 적고 광고효과가 약한 신문에 광고를 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진보의 가치를 더럽히는 ‘사이비 언론’의 행태다. 한겨레와 경향이 좋으면 그냥 그 신문을 구독하면 될 것이다. 공연히 부수 많은 신문에 심술을 부리고, 독자를 ‘악마의 신도’라고 모욕하고 광고주를 협박하는 행태는 정말 악마의 수법이다. 1987년 민주화운동의 분출과 함께 시작된 민주노동운동도 성년이 넘었다. 민노총도 철부지 같은 짓을 그만하고 성숙한 노동운동을 할 때가 됐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