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배경이 좋은 인상 줄까? 배경색을 잘 쓰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환하게 웃는 얼굴은 어두운 배경보다는 옅은 배경에서 더 밝게 느껴진다. 사진 제공 KAIST
주황색 휴지… 보라색 케첩… 상식 뒤집는 제품 히트
男 푸른색 女 붉은색 조명선호… ‘컬러 마케팅’ 부상
토마토케첩이 보라색이라면 감자튀김을 맛있게 찍어 먹을 수 있을까?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가 주황색이라면 맘 편히 엉덩이를 닦을 수 있을까?
최근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로 색(color)이 부각되면서 색채심리학을 활용한 ‘컬러 커뮤니케이션’이 기업 마케팅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한 토마토케첩 회사인 하인즈는 보라색과 녹색 토마토케첩을 한정 판매해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했다. 포르투갈의 제지회사인 레노바는 빨간색과 주황색, 녹색의 두루마리 휴지를 개발해 미국과 유럽에서 대히트를 쳤다.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석현정 교수는 24일 ‘과학과 공학 속의 컬러’라는 주제로 열린 ‘제3회 KI 국제공동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사례를 발표하며 “상식을 뒤집는 의외의 색으로 소비자의 주목을 끌어 전체적인 호감을 샀다”고 설명했다.
이런 유형의 컬러 커뮤니케이션은 어른보다는 어린이에게 효과가 높았다. 지난해 석 교수팀은 초등학생 30명에게 파란색으로 물들인 감자튀김을 보여 주며 먹겠느냐고 물어보자, 대부분이 ‘재미있다’ ‘먹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주부들은 파란색 감자튀김을 보자마자 ‘속이 거북하다’ ‘이상하다’는 등 거부 반응을 보였다. 석 교수는 “초등학생은 ‘감자튀김은 노르스름한 색’이라는 사실에 학습이 덜 됐기 때문에 어른보다 새로운 색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늘 인파로 붐비는 대합실이나 대형 병원 로비는 조명 색을 살짝 바꿔 주는 것만으로도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석 교수팀은 8월 20대 남녀 각각 20명을 대상으로 조명 색에 따라 심리적으로 느끼는 시간의 빠르기를 측정했다. 빨간색, 녹색, 파란색을 섞어 백색광을 만드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이용해 조명을 불그스름한 색부터 푸르스름한 색까지 조절하고 각각의 경우 학생들에게 90까지 수를 센 뒤 종을 울리도록 했다. 그 결과 자신이 선호하는 색의 조명 아래에서 수를 센 경우가 시간이 덜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즉 같은 시간에 수를 더 빨리 센 것이다. 또 남성은 대체로 푸른색을, 여성은 붉은색 조명을 좋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석 교수는 “좋아하는 색에 따라 기다림에 대한 의지가 달라지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말했다.
잘 보이고 싶은 상대가 있다면 배경색을 적극 활용해 보는 것도 좋다. 증명사진을 찍을 때 붉은색보다는 옅은 회색 계열을 배경으로 얼굴을 담으면 인상이 더 부드러워 보인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