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돈받고 지원땐 처벌’등 새 기준 발표
50년 가까이 안락사를 금지해 온 영국이 처음으로 안락사를 도와주는 사람에 대한 세부적인 처벌 기준을 마련해 사실상 상당 부분 안락사를 허용했다.
검찰이 23일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동정심으로 안락사를 돕는 행위 △당사자가 분명하게 안락사를 원한 경우 △당사자가 불치병을 앓고 있거나 심각한 신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경우 등 13가지 유형은 안락사를 도와준 사람을 가능한 한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나 정신병을 앓는 환자의 안락사를 도와주는 행위, 돈을 받고 안락사를 지원하는 행위 등 16가지 유형은 계속 처벌하기로 했다.
영국은 1961년부터 안락사를 금지하고 있으며, 안락사를 도와주는 사람에게는 최고 14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때문에 지금까지 불치병 말기의 영국인 125명이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스위스로 건너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14년간 불치병을 앓아온 데비 퍼디 씨(46·여)가 2007년 “남편이 안락사를 도와주더라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소송을 내면서 안락사 허용 문제가 영국 사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1, 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7월 “퍼디 씨는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를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퍼디 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안락사를 지원하는 사람에 대해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퍼디 씨는 이날 성명을 통해 “상식이 통하게 됐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낀다.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환자들은 본인이 안락사를 선택했을 경우 사랑하는 사람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처벌을 받게 되는지 알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