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6개 신고포상금제 현황
건당 3∼10만원 누수신고, 1년새 1억4345만원 지급
은닉 공유재산-비리 공무원 신고 사례는 한건도 없어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 씨(42)는 지난달 1일 오전 출근길에 나섰다가 버스 정류장 앞 보도블록 위로 물이 솟아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보도 밑 지하에 매설된 수도관에 구멍이 뚫려 물이 새는 것이라고 판단한 김 씨는 즉시 상수도사업본부에 전화를 걸었다. 누수 장소를 알려주자 상담원은 김 씨의 휴대전화와 은행 계좌번호를 물었고, 며칠 뒤 포상금 3만 원이 입금됐다. 김 씨는 “수돗물이 새면 혈세가 낭비되기 때문에 신고했을 뿐인데 상수도사업본부에서 감사전화와 함께 포상금까지 받아 흐뭇했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불법이나 부정행위 등을 신고하는 시민들에게 주는 각종 포상금 지급 실적이 종류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가 현재 운영하고 있는 포상금제도는 △공무원 부조리 신고 △은닉 공유재산 신고 △환경오염행위 신고 △식품안전법 위반 신고 △상수도 누수 신고 △하수도 부정사용 신고 등 모두 6가지다.
이 가운데 시민들의 신고로 포상금이 가장 많이 지급된 것은 상수도 누수 신고로 나타났다. 시는 수도관 누수 현상을 처음 발견해 신고한 시민에게 지상누수는 3만 원, 지하누수는 10만 원을 포상금으로 주고 있다. 제도 시행 첫해인 지난해에만 4318건의 신고가 접수돼 모두 1억4345만 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했다. 신고절차가 복잡하지 않고, 포상금도 15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최근에는 혼자 여러 건을 신고하는 시민도 늘고 있다. 하모 씨(56)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수돗물 누수 현상 7건을 신고해 21만 원을 포상금으로 받는 등 2건 이상 신고한 시민이 50여 명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지난해부터 시행한 환경오염행위 신고도 153건이 접수돼 332만 원을 포상금으로 줬다. 이 제도는 먼지나 악취 발생, 폐수 무단 배출, 불법 소각 등 환경오염행위를 신고한 시민에게 건당 1만∼30만 원, 개인별 연간 100만 원 이내에서 포상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 밖에 하수도 부정사용 신고포상금도 지난해 33건의 신고가 접수돼 999만 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시민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전혀 없어 포상금 지급 실적이 없는 유명무실한 제도도 있다. 2004년 인천시의회가 조례로 제정한 공무원 부조리 신고포상금제가 대표적이다. 담당업무와 관련해 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은 공무원을 신고하면 최고 1억 원을 포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도를 시행한 뒤 단 1건도 신고가 없었다. 뇌물수수가 대부분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 공무원에게 돈을 준 사람이 이를 수사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에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6월부터 시행 중인 식품안전법 위반 행위 신고와 감춰진 공유재산을 발견해 신고한 시민에게 3000만 원 한도 내에서 포상하는 은닉 공유재산 신고도 포상금이 한 푼도 나가지 않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성격에 따라 지급 실적에서 차이가 크지만 실적이 없는 포상금도 제도 시행 자체로 불법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며 “더 많은 신고가 접수될 수 있도록 시민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내년 7월부터 공공시설물을 망가뜨린 사람을 신고하면 해당 시설물을 원상 복구하는 데 필요한 비용의 10% 범위에서 포상금을 주는 ‘공공시설물 손괴자 신고포상금’을 신설할 방침이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