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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이대로 살 것인가, 세상을 바꿔볼 것인가

입력 | 2009-09-26 02:56:00


◇가슴 뛰는 삶의 이력서로 다시 써라/요안나 슈테판스카, 볼프강 하펜마이어 지음·김요한 옮김/324쪽·1만2800원·바다출판사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그렇게만 계속 살아간다면, 인생 말미에는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이익이 아니라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다.”

유럽 명문대 졸업, 마이크로소프트와 베인앤드컴퍼니 근무, 20대의 나이에 부서장 승진…. 승승장구하던 두 스위스 젊은이가 어느 날 직장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난다. 개인적 성공 대신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가슴 뛰는 삶’을 살기 위해 자신들의 역할모델을 직접 만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2005년 봄부터 1년 동안 230여 명을 만났고 그중 23명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알비나 루이즈 씨는 아마존 정글에서 나고 자랐다. 대학 진학을 위해 페루의 수도 리마로 온 그는 거리 곳곳에서 악취를 풍기는 쓰레기더미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 쓰레기 운반 차량에서 시간을 보내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알비나는 빈민 지역의 쓰레기 시스템 혁신방안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하고 이를 리마에 적용하는 데 성공한다. 경험도, 지식도 없었던 정글 소녀가 끊임없는 노력 하나로 사람들의 삶을 바꾼 것이다.

은퇴 뒤의 여유로운 삶을 꿈꿀 나이에 세상을 바꾸겠다고 나선 이도 있다. 인도의 ‘닥터 브이’로 불리는 벤카타스와미 씨는 대학병원의 안과과장을 지냈고 인생에서 충분한 성취를 이뤘지만 58세에 ‘아라빈드 병원’을 세워 시각장애를 앓는 이들을 무료로 고쳐주기 시작했다. 인터뷰 당시 88세였던 그는 2006년 가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일했다. 그가 남긴 효율적인 시스템은 가족들이 물려받아 지금까지 매년 약 20만 명의 환자들을 돕고 있다.

캐나다의 데이비드 스즈키 씨는 1970년대 성공적인 유전학자로 명성을 떨쳤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을 읽은 뒤 과학이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환경 문제를 다루는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라디오와 TV프로그램도 진행하면서 과학이 가진 환경문제 해결의 책임을 지적하고 그 방안을 연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경험이 부족하다, 돈이 없다, 나이가 너무 많다(혹은 적다)…. 이 책에 소개된 인물들은 이런 ‘핑계’를 일찌감치 벗어던졌다. 조던 카셀로는 미국 뉴욕에 있는 아버지의 안과병원을 물려받는 대신 제3세계 사람들에게 안경을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의 삶에 ‘무엇을 할 수도 있는데’ ‘무엇을 하는 게 좋은데’ ‘그렇게만 된다면’ 이런 문장이 많다면, 당장 그 일을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