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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동백꽃이 엮은 선생님과 삼촌의 사랑

입력 | 2009-09-26 02:56:00


◇삼촌이랑 선생님이랑 결혼하면 얼마나 좋을까?/김옥 글·백남원 그림/124쪽·8500원·문학동네

물고기초등학교 1학년 기백이는 백수 삼촌이 부럽다. 삼촌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에 안 가도 되고 밤늦도록 TV를 보며 낄낄 웃어도 괜찮다.

엄마는 울화통이 터져 9급 공무원 시험이라도 보라고 삼촌을 다그쳤다. 그럴 때마다 삼촌은 짜증내며 말했다. “나 대학 들어갈 때 ‘법대 합격’이라고 삼거리에 현수막 붙었던 사람이야. 7급이면 몰라도….”

새 담임선생님이 기백이네 옆집으로 이사 온다는 소식에 삼촌은 괜히 화를 냈다. 바로 옆에 총각이 살면 처녀 선생님이 얼마나 불편하냐는 것이다. 새 담임선생님은 얼굴이 동그랗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릴 때면 자운영 꽃처럼 발그레한 볼이 예뻤다.

담임선생님은 기백이를 좋아했다. 바닷가로 봄소풍을 가던 날 선생님은 동백꽃을 주워 기백이에게 선물했다. 기백이는 꽃을 삼촌에게 건네며 “선생님이 준 선물이야”라고 말했다. 삼촌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며칠이 지나도록 꽃을 간직했다.

선생님과 바닷가를 산책하던 기백이는 삼촌과 우연히 마주쳤다. 컴퓨터 오락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삼촌은 선생님에게 별자리를 설명해 줬다. 그러고는 “어렸을 때 제 꿈이 뭐였는지 아세요?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람이 되는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7급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날, 엄마에게 혼난 삼촌은 밤늦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삼촌을 기다리던 기백이는 삼촌과 선생님이 버스에서 함께 내리는 것을 보고 뒤따라갔다. 두 사람이 뭐가 즐거운지 소리 내 웃는 모습에 기백이는 화가 났다.

다음 해 봄 갑자기 철이 든 삼촌은 열심히 공부해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 기백이도 반장 선거에서 열한 표 중 일곱 표를 얻어 당선된다. 또 하나 기쁜 소식, 삼촌과 선생님이 결혼식 날을 잡았다. 기백이는 삼촌에게 물었다. “언제부터 선생님이 좋았어?” “응, 봄에 나한테 동백꽃 선물을 줄 때부터.”

글쓴이는 처음 교사로 발령받은 전남 보성의 풍경과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이야기를 썼다고 말한다. 삼촌에 대한 짜증이 안타까움으로, 이어 자랑스러움으로 변해가는 아이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