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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日 국민아이돌 SMAP의 매력

입력 | 2009-09-26 09:04:00


日 국민아이돌 SMAP. 스포츠동아 자료 사진

1991년 데뷔해 20년 가까이 활동해온 일본의 '국민 아이돌' SMAP(스마프).

5인조 그룹 SMAP는 J-POP 방송 영화 CF 등 연예계 각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그룹 결성은 1988년이다).

음악성보다는 외모나 스타일을 내세워 이미지로 승부하는 아이돌의 특성상 이렇게 장수를 누리기란 쉽지 않다. 피부가 탄력을 잃고 얼굴에 주름이 가기 시작한 아이돌을 변함없이 짝사랑하는 팬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록밴드의 인기는 수십년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정상에 오른 아이돌 그룹이 10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대부분 그룹이 해체되고 멤버가 솔로로 전향하거나 '반짝 인기'를 누린 뒤 잊혀진다.

SMAP는 멤버들의 나이가 이제 30대 중후반으로 얼굴 곳곳에 조금씩 세월의 흔적이 드러나는 아저씨가 됐다. 하지만 20~40대 일본 여성들 사이에선 '영원한 오빠'로 남아 있다. 멤버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키무라 타쿠야는 아이 딸린 유부남인데도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SMAP 멤버가 각자 출연하는 TV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이 변함없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화 역시 대다수 작품이 대박을 터뜨린다. 일본 TV를 틀면 일주일 내내 SMAP 멤버를 볼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종 CF를 휩쓰는가 하면 노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데 음반은 잘 팔린다. 콘서트 공연장엔 팬들이 넘쳐난다. 이러한 점에서 일본의 '국민 아이돌' SMAP는 아이돌 문화의 새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헤쳐모여'식 그룹 운영

SMAP의 멤버 5명은 각자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개인 활동을 활발히 하는 동시에 그룹 활동도 병행한다. 이 같은 그룹 운영은 멤버들이 그룹에만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개성과 특기를 살리면서 SMAP라는 브랜드를 활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잘 생긴 외모로 한국 등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은 키무라 타쿠야(37)는 일본의 대표적 톱스타이자 미남배우다.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불릴 정도로 'HERO'(2001년) '뷰티풀 라이프'(2000년) '굿럭'(2003년) 등 그의 출연작은 역대 일본 TV시청률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찢어지는 듯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트레이드마크인 활달한 성격의 리더 나카이 마사히로(37)는 MC, 배우로 각광받는다. 특히 수년 동안 NHK의 홍백가합전 진행을 맡았으며 각종 예능프로그램 MC로 활약 중이다.

여성적이고 소심한 캐릭터로 잘 알려진 이나가키 고로(36)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내세워 솔로 가수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지한파 연예인인 쿠사나기 츠요시(35)는 성실한 이미지로 대기업 광고에 단골로 등장하는 모델이다. 그는 또 배우, MC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 관련 TV 프로그램에는 전문가처럼 자주 나오고 있다.

엽기적인 캐릭터인 막내 카토리 싱고(32)는 '싱고마마'라는 여장가수로 솔로 활동을 했고 배우로도 활약 중이다. 다른 멤버들보다 체구는 크지만 어리광을 부리고 예능프로그램에 엽기적인 분장을 하고 등장하거나 우스꽝스런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이처럼 멤버 각자가 톱스타이지만 음반을 내거나 콘서트를 할 때엔 그룹으로 함께 무대에 선다. 또 이들이 진행을 맡은 후지TV의 예능프로그램 'SMAP X SMAP(스마스마)'에도 전원이 공동으로 출연한다.

'SMAP X SMAP'는 1996년부터 13년째 이어져온 장수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한다. SMAP의 '헤쳐모여'식 운영은 멤버 개개인과 그룹 전체가 함께 '윈윈'하는 시너지효과를 낸 원동력이다.

멋짐과 망가짐을 오가는 매력

SMAP가 다른 아이돌 그룹처럼 멋있고 세련된 이미지만 내세웠다면 유행에 휩쓸려 지금쯤 '1990년대 추억의 스타'로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스타로서 가져야할 신비주의적 매력과 옆집 오빠, 혹은 남동생 같은 친숙함을 적절히 오가며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키무라는 드라마에선 주로 남성미를 강조하는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예능프로그램에선 여장을 하고 교태를 부리는 등 망가지는 모습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야구 등 스포츠에 능숙한 나카이 역시 자신이 진행하는 TBS '우타방'에선 여자 아이돌 스타를 흉내 낸 우스꽝스런 분장과 행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준다.

이나가키, 쿠사나기, 카토리 등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때와 장소에 맞춰 자신의 이미지를 바꿔가면서 팬들이 식상해하지 않도록 배려한다. 일반 시청자들도 톱스타들이 어깨에 힘을 뺀 모습에 친숙함을 느끼며 호감을 갖게 된다.

이는 이효리가 SBS '패밀리가 떴다'에선 자다 막 일어나 부은 생얼을 과감히 드러내면서도 음악프로그램 무대 위에선 스모키 화장과 최신 유행 스타일로 섹시함을 발산하면서 오랜 기간 정상을 유지하는 것과 흡사하다.

SMAP는 또 그룹 멤버가 함께 TV에 출연할 때엔 서로 상대방의 이상한 점, 감추고 싶은 부분을 폭로하기도 한다. 곱상한 외모로 인기가 높았던 이나가키가 소심하고 이기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은 것도 방송에서 다른 멤버들이 이런 점을 밝혔기 때문. 하지만 이는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SMAP의 '5인5색'을 뚜렷이 만드는 효과를 냈다.

일본인들은 20년 가까이 SMAP의 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이들을 스타로서 동경하는 한편 가족처럼 편안하게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야말로 SMAP가 아이돌 그룹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수하게 된 가장 큰 비결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