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악몽의 레이스’ 하루 앞둔 싱가포르, 올해는…

입력 | 2009-09-26 19:31:00



싱가포르 도심 곳곳에 걸린 F1 그랑프리 광고물. 싱가포르=나성엽 기자

대낮이나 서킷이 아닌 도심 야간에서 벌어지는 유일한 포뮬러 원(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싱가포르.

지난해 첫 대회를 열면서 시내 5.067Km 구간에 전체 걸쳐 일반 야간 스포츠 경기장 보다 3배 이상 밝은 조명을 설치해 '낮보다 밝은 밤에 열리는 모터스포츠'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경기 후 1년여도 채 못돼 승보조작 파문으로 별명을 '악몽(나이트메어) 그랑프리'로 바꿔야 했던 싱가포르 F1 그랑프리 경기가 27일 오후 8시(현지시간) 싱가포르 도심 전체를 순환하는 경기장에서 열린다.

국내 모터스포츠 애호가가 갈수록 늘고 있으며 내년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F1경기가 열리지만 아직 F1은 국내에서는 '비인기 종목'.

하지만 '그 날 사건'과 싱가포르 경기장의 특성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11월 첫 회 싱가포르 그랑프리에서 프랑스 르노 팀은 고의로 사고를 내 승부를 조작한 것으로 최근 드러났다.

같은 팀의 유력한 우승후보자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동료가 팀의 사주를 받아 고의로 사고를 낸 것.

지난해 르노팀 소속으로 싱가포르에서 F1머신을 몰았던 넬슨 피케는 최근 대회 조직위원회에 "우승이 유력했던 같은 팀 동료 알론소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내라는 지시를 감독으로부터 받고 그대로 시행했다"고 털어놨다.

당시 르노팀은 수년 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긴축경영을 강조하는 카를로스 곤 회장이 팀의 예산을 줄일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우승이 유력시 되는 알론소가 예선에서 좋지 못한 기록을 내 결선에서 출발선에서 뒤처진 자리에서 경기에 임하게 되자 피케에게 "사고 수습인력이나 구급차가 즉시 오지 못하는 후미진 코스에서 일부러 사고를 내라"는 지시를 은밀히 받았다는 것.

피케가 사고를 내자 경기는 일시적으로 중지됐으며, 사고를 수습하는 시간을 활용해 차량을 정비하려던 앞서가던 선수들이 잠시 코스 밖으로 나온 사이 알론소가 속도를 내 단숨에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르노팀은 대회 조직위원회 격인 FIA로부터 자격 정지 유예 처분을 받았다. 르노팀은 2011년까지 다시 한번 스포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영원히 F1에서 추방당할 운명.

하필 싱가포르에서 이 같은 스캔들이 벌어진 것은 코스가 도심 한가운데에 마련됐기 때문. 탁 트인 벌판이 아니고 길옆이 건물이나 장애물로 꽉 막혀 있어서 앞차를 추월하기가 쉽지 않아 출발선에서 가장 첫 자리를 차지한 머신이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

예선 성적이 10위권으로 저조해 앞서 가는 10여대의 차량을 추월해야 하는 알론소 입장에서는 피케의 고의 사고가 아니었으면 우승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헤럴드트리뷴은 26일자 기사에서 "과거에는 타사의 기술을 도용하거나 비밀리에 연료탱크 용량의 늘리는 등 기술적인 스캔들이 있었으나 F1에서 이 같은 '음모' 수준의 불상사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대회를 하루 앞둔 싱가포르 현지는 F1 코스를 위해 도심 도로의 상당수가 폐쇄된 가운데 싱가포르 로서는 이례적으로 도시 곳곳에 정체와 지체가 벌어지고 있다.

오차드가 등 번화가에는 '그랑프리 기간'임을 알리는 각종 광고물이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2회째를 맞는 '낮보다 밝은 밤' 싱가포르 F1 그랑프리. 지난해 대회의 '악몽'을 씻을 수 있을지 27일 경기가 주목된다.

싱가포르=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