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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꽃보다 화랑’…훈남들 단체로, 젊은 누님들 흐뭇

입력 | 2009-09-27 16:24:00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의 유신 엄태웅, 비담 김남길 춘추 유승호 알천 이승효(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스포츠동아 DB

요즘 20~30대 언니들의 최대 화제는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이다. 선덕여왕(이요원 분)과 미실(고현정) 두 여성 지도자의 리더십 대결도 흥미롭지만 꽃다발처럼 줄줄이 엮어 나오는 유신(엄태웅) 비담(김남길) 알천(이승효) 춘추(유승호) 등 예쁜 화랑들의 모습에 더욱 열성적으로 '본 방송 사수'를 외치게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손도쿠요완(선덕여왕의 일본식 발음)' 속 화랑들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 후지TV는 10월29일 오후9시부터 자사 위성채널을 통해 매주 한 편씩 '선덕여왕'을 방송하고 내년 초에는 지상파에 내보낼 예정이다. BS후지는 주인공들의 인터뷰가 담긴 사전 특별 방송을 내보내 흥행 바람몰이에 나서고 있다.

우리 사극에서 젊은 미남들이 떼거리로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1992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삼국기'에서는 유신 역에 서인석, 춘추(태종무열왕) 송영창, 비담 최병학, 알천 고(故) 강민호 등 중견 탤런트가 열연했었다. 특히 서인석, 송영창 씨는 유신, 춘추의 10대 화랑 시절부터 연기했다. '선덕여왕'의 꽃미남 화랑들은 '청소년 수련 집단' '삼국통일의 주역' 등 과거 화랑 하면 연상되는 딱딱한 이미지를 깨뜨리고 있다.

네이버가 8월 26일부터 9월 9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는 비담-알천-유신-월야 순으로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선덕여왕' 팬들 사이에선 캐릭터별로 따로 '스핀 오프'(spin off, 번외편) 드라마를 만들어도 될 만큼 모든 캐릭터들이 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

매회 방송이 끝나면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진지남' 유신, '깨방정' 비담('신라판 아나킨 스카이워커', '다중(인격)이'로도 불림), '훈남' 알천, '국민 남동생' 춘추, 'F4' 대남보, '청초' 용춘공, '미중년' 설원·문노, '칠미네이터' 칠숙, '하초딩' 하종, '엑스맨' 보종 등 좋아하는 배역에 기발한 별명을 붙이며 글을 남기고 있다. 화랑들의 인기가 높아지자 화랑의 우두머리인 풍월주를 뽑는 비재(比才) 시험이 2주 넘게 방송돼 한편에선 '지지부진한 극 전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시선을 끄는 화랑들의 매력은 뭘까.

▶엄태웅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유신은 캐릭터가 입체적이지 않아 초반의 주목도는 낮았다. 하지만 우직한 카리스마와 한 여인을 향한 순애보로 점차 여심을 흔들어놓고 있다. 아버지의 노기와 미실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덕만(선덕여왕)을 향한 뜨거운 마음으로 목숨을 내놓는 것도 불사한다. 최근 유신이 덕만의 대업을 위해 미실 집안의 여인과 혼인을 결정하자 팬들은 "멋있다" "대장군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동안 욕먹어 가며 배역의 중심을 잡은 보람이 있다"며 환영했다.

드라마의 모태가 된 '필사본 화랑세기(이하 화랑세기)'에 나오는 유신은 외할머니 만호 태후의 명으로 미실의 손녀 영모와 혼인한다. 부부 금실이 좋았는지 신광 작광 영광 삼광 진광 등 여러 자식을 두었다. 첫 부인 사망 후 60대에 무열왕 김춘추의 딸 지소부인과 혼인해 원술 원정 장이 원망을 낳는다. 612년 호림공에게서 풍월주의 지위를 물려받고 동생 문희(문명왕후)를 춘추공에게 보내 결탁을 시도, 삼국 통일의 양대 축이 됐다.

▶극 중 미실과 폐위된 진지왕의 아들로 묘사된 비담은 선과 악을 오가는 위험한 매력을 내뿜는다. 덕만 공주에게 장난치듯 익살스럽게 꽃다발을 내밀다가도 냉혹한 킬러로 변신한다. 고귀한 태생→부모가 버림→무술 천재 스승이 데려다 키움→신출귀몰한 무예 실력 발휘 등 무협지 주인공의 요소를 다 갖췄지만 타고난 살(煞)을 이기지 못하고 비극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역사 속 비담은 선덕여왕 재위기에 난을 일으켜 김유신 등에게 토벌됐다.

일본 팬들은 비담을 응원하는 글을 블로그에 많이 남기고 있다. "비담의 코미디에 매료된다" "성실 솔직한 유신에게 일면 부족한 남성미가 느껴진다" "욕망하는 눈, 때때로 보이는 슬픔의 색깔이 마음을 붙든다" "싱싱하고 상쾌한 미소가 으뜸"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명과 암을 넘나드는 감정 연기는 비담을 맡은 김남길의 연기력을 다시 한 번 평가하는 계기가 됐다.

▶'제 2의 이준기' 이승효가 연기해 '알천효'로 불리는 서라벌 10화랑 중 비천지도의 수장 알천. 극중 백제와의 전투에서 급부상한 인물이다. 팬 중에는 전쟁 중 나팔을 불던 알천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 "고운 외모에 남자다운 목소리" "군 복무를 JSA(공동경비구역)에서 한 덕분에 사열할 때 각이 잘 잡혔다" "전체적으로 귀티 난다" "오뚝한 코, 키스하다 콧날에 베일 것 같다" 등이 대체적인 평. 일각에선 극중 알천의 사랑전선이 없는 것을 아쉬워하며 '처량(凄凉)지도의 수장 알천 시리즈'라는 패러디를 만들기도 했다. 각종 사극 애정 장면 중간에 알천이 연인들에게 화살을 겨누는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역사 속 알천은 화랑 칠성우 중 한 명이었다. 칠성우는 알천 임종 술종 염장 유신 보종 호림공이다. 이들은 경주 남산에서 유희를 즐기거나 국가 중대사의 고문 역할을 했다. 알천은 진덕여왕 원년에 상대등이 됐고 진덕여왕 사후 왕으로 추대됐으나 스스로 늙고 덕행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 유신과 함께 춘추를 옹립했다.

▶도이성(본명 인교진)이 연기한 왕족 용춘은 '떠오르는 훈남'이다. 도이성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주인공 프로도와 레골라스를 섞어 놓은 듯한 얼굴에 낭랑한 목소리로 시선을 끌고 있다. '청초함의 대명사' '마성의 김용춘' '믹키용춘' 등 별명도 가지가지다. 초기 방영분에서 아기 춘추를 안고 있던 용춘의 자상한 모습에 반했다는 사람도 꽤 있다. 팬 카페에는 13대 풍월주 용춘의 현역 시절 회상 장면을 방영해 달라는 요구도 잇따른다. 용춘이 풍월주를 맡을 시기에는 최근 비재를 주관했던 풍월주 호재(화랑세기 호림공이 모델)가 부제(서열 2위)였다.

용춘은 진평왕(조민기)의 사촌 동생으로 폐위된 진지왕(임호)의 둘째 아들. 화랑세기에는 선덕여왕의 첫 번째 남편으로 있다가 물러나 형수인 천명공주(박예진)를 돌보고 김춘추를 정식 아들로 거두는 모습으로 나온다. 거문고와 바둑을 즐기는 온화한 성격의 인물로 풍월주 시절에도 인재를 뽑는데 신분에 구애받지 않았다고 한다. 극 중에서는 덕만을 도와 미실에 대적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신인 고윤후가 연기하는 호재는 14대 풍월주로 과거 미실 편에 서서 천명공주 남편의 태자 즉위를 반대하며 붉게 화장하고 낭장 결의(임금에게 상소하는 행위)를 했던 인물이다. 최근 방영된 비재 편에 오랜만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팬들은 "임기 말에 더 반짝반짝 빛난다" "준수한 외모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참에 '정규직'으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화랑세기에는 이름이 호림으로 나오는데 마야부인(윤유선) 남동생이다. 삼국통일의 기초가 된 칠성우의 멤버다. 불교에도 조예가 깊어 풍월주 시기에는 선불일치를 주장하기도 했다. 호림공은 불가에 귀의하기 위해 유신공에게 풍월주 지위를 내놓고 '무림거사'로 자칭하며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주연급 탤런트 주상욱이 연기한 월야는 가야 유민의 우두머리로 검정 자객 복장을 하고 나타나 화제가 됐다. 옛 가야의 마지막 왕자로 김유신의 설득과 덕만의 진의를 파악한 덕만 세력에 합류한다. 잘 생긴 외모뿐 아니라 차분한 대사 처리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한 일본 팬은 '그저 바라 보다가(KBS)' '춘자네 경사났다(MBC)'의 주상욱이 '선덕여왕'에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흥분돼 잠을 못 이룰 정도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남겼다.

▶최근 '선덕여왕'에 합류한 김춘추는 누나 팬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연기했다. 팬들은 "마성의 미소년" "수채화 같은 눈썹" "웃을 때 눈매가 가늘게 물결 쳐 묘하게 예쁘다" "국보급 미소"라며 인터넷 게시판에서 광분하고 있다. 일본 팬들은 주로 외모보다는 "바보 영주님 같은 연기가 재밌었다"는 평가를 했다.

'선덕여왕'에서는 말도 못 타는 병약한 모습으로 나오지만 화랑세기에선 18대 풍월주에 취임하는 위풍당당한 인물이다. 미실의 아들 보종공의 딸 보라와 혼인해 딸 고타소를 얻었다. 이후 유신의 동생 문희와 결혼해 법민 인문 문왕 노단 지경 개원을 낳았다. 문희와 혼인하고 얼마 안 있어 보라가 아이를 낳다가 죽자 문희를 정식 부인으로 삼았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