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는 이제 포스트시즌 모드다. 롯데 자이언츠가 예상을 깨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미국인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2년 연속 가을잔치 출전이다. 롯데는 앞으로 두산과 5전3선승제 준플레이오프를 벌인다.
롯데가 4강 진출이 예상됐던 삼성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확정하자, 선수들은 92년의 기억을 되살리며 한국시리즈까지 거머쥐겠다며 기염을 토했다. 롯데팬들에게는 들어도 들어도 싫지 않은 선수들의 반가운 호언이다. 필자는 92년 롯데가 우승했을 때 담당기자였다.
하지만 국내의 포스트시즌 여건상 준플레이오프 팀이 한국시리즈 진출까지는 몰라도 우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단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데 최소 6경기에서 최대 10경기를 벌여야 한다. 한국시리즈를 우승하려면 최소 10경기에서 17경기를 치러야 한다.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팀의 마운드로는 어림도 없는 일정이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은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지친 상대를 향해 카운터펀치만 날리면 된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다. 92년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거머쥘 때는 염종석-박동희-윤학길 트로이카에 김상현, 윤동배 등 불펜진도 뛰어났다. 10년에 한명 태어날까 말까하는 투수를 3명 보유하고 포스트시즌을 치른 게 92년의 롯데 자이언츠였다. 2009년 롯데 마운드와는 격이 다르다.
정규시즌 1위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 사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하고도 패한다면 그것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잘못이다. 게임준비를 잘못했기 때문이다. 방송해설자나 언론관계자의 한국시리즈 예상평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게 있다. 직행 팀에게는 항상 “경기감각이 떨어지는 게 흠이다.” 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팀은 “현재 상승세이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한국시리즈 직행 팀은 오랫동안 쉬면서 가만히 노는 게 아니다. 청백전을 거치면서 한국시리즈에 맞춰 투수로테이션을 점검한다. 경기감각 부재는 타순 한바퀴만 돌면 회복된다. 투수는 1회를 넘기는 게 어려운 것인데 이 고비만 넘기면 1,2번 선발투수는 예상대로 구위를 뿌린다. 투수는 적당히 쉬면 구위가 좋아지는 법이다.
2007년 두산은 한화를 플레이오프에서 3전 전승으로 누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SK에 전혀 뒤질 게 없었다. 오히려 3경기 만에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터라 두산의 경기감각이 훨씬 좋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패했다. 7차전까지 가면서 두산 마운드는 지쳐 있었다. SK는 싱싱했다. 포스트시즌 1경기와 정규시즌 1경기는 피로도와 긴강감이 하늘과 땅 차이다. 단순히 볼 수가 없다.
메이저리그는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자주 오른다. 95년 와일드카드가 도입된 이후 4차례나 와일드카드 팀이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포스트시즌에서 어느 팀이나 똑같은 수의 게임을 치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단일리그인 터라 정규시즌 1위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없어서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대신한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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