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理知논술/인문계 논술]항공대 2010학년도 모의논술

입력 | 2009-09-28 03:04:00


비교-대조문제 제시문 단순요약 금물… 차이점을 분명히 드러내라

한국항공대 2010학년도 모의논술 2번 문항은 논술고사에서 많이 출제되는 ‘비교·대조 유형’이다. 문제를 접한 학생 대부분이 단순히 제시된 지문을 요약하는 데 그친다. 문제풀이를 통해 어떻게 차이점을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지 확인해보자.

다음 제시문을 읽고 답하시오.

「(가) 언어학자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8∼11세 정도에 모국어 습득은 끝난다고 한다. 모국어 습득이 끝난 다음의 영어 습득은 모국어 습득과는 사뭇 다른 과정이다. 규칙체계가 많이 다른 영어를 모국어 규칙체계가 형성된 이후에 입력을 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오른손잡이에게 오른손만큼 자유롭게 왼손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것만큼 어색한 일이다. 요즘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림카드나 음악 및 챈트 등을 통해 영어를 가르치려는 시도가 언론에 보도되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한국에서 영어를 배우는 시기는 우리말 습득이 끝난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세계화 시대를 맞이한 21세기의 국제기준에 맞는 인재와 영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영어교육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유아시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는 이제 더 이상 영국이나 미국의 언어가 아닌 세계어이기 때문이다.

조기영어교육에 대한 견해가 표출되기만 하면 민족정체성의 결핍을 걱정하는 시각들로 한바탕 소란이 일곤 한다. 사실, 민족정체성의 결핍보다는 선진국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문화교류가 더 시급하다.

(나) 언어는 한 나라의 문화와 사고의 반영체이다. 영어는 분명 영국과 미국의 말이고 한국말과는 다른 문화와 사고의 반영체이다. 동일한 인간이라는 종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서로 다른 선택사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느 언어가 열등하다든지 우월하다는 것을 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 어느 방법이 더 편하고 불편한지도 따질 필요가 없다. 선택의 사양이 서로 다를 뿐이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선택사양을 사용해서 두 언어가 서로 달라진 것인지, 두 언어가 서로 달라서 선택사양이 달라진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두 설명이 복잡하게 뒤엉켜서 다 옳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특정 언어가 한 나라의 사고방식을 깊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어는 한국인의 의식구조를, 영어는 영미인의 의식구조를, 일본어는 일본인의 의식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의식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어린 사람들에게 우리말보다 다른 나라 말을 배우도록 강요하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와 사고의 올바른 형성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의 중심생각을 비교하여 밝히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시오.

[문제 해설]

제시문 (가)와 (나)에 대한 배경지식이 학생들에게는 충분하다. (가)와 (나)의 중심생각의 차이를 도표로 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예시답안]

(가)와 (나)의 공통적인 주제는 외국어 학습에 대한 판단이다. (가)와 (나) 모두 외국어 학습에 대한 가치관이 반영됐다. (가)는 세계화 시대에 영어의 중요성을 적극적으로 제시한다. 그러면서 영어를 모국어 학습시기에 배울 것을 주장한다. (나)는 너무 이른 외국어 학습에는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가)와 (나)의 차이점은 외국어를 언제부터 가르칠 것인지에 있다.

(가)는 유아시절부터의 조기 영어교육을 주장한다. 이는 세계화 속에서 경제 발전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지향한다. 반면 (나)는 민족문화의 순수성을 염려해 어린아이들에게 외국어를 강요하는 것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것은 경제적 효율성보다 민족성을 더 중시하는 태도다.

물론 민족성과 문화는 우리가 지켜야 할 고귀한 유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화 속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모른 체할 수는 없다. 조기 영어교육은 우리의 것을 버리고 영어권의 문화만을 수용하자거나 우리말을 없애자는 논의가 아니다. 단지 우리의 언어능력의 향상을 꾀하자는 것이다.

조기 영어교육을 받지 않은 시대에도 서구화는 계속됐고, 우리의 사고는 이미 상당부분 서구화됐다. 우리 문화를 지키는 일은 언어만이 아니라 다양한 국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문화를 가르치는 일과 조기 영어교육은 함께할 수 있다. 오히려 우리 문화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