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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안가는 법? 클릭 하세요”

입력 | 2009-09-28 03:04:00


115개 사이트, 참 나쁜 훈수
유명포털에 비공개로 운영,회원 7만명 대형 카페도
질병사유 연기 5년새 2배나,면제로 변경 年평균 674명

■ 병무청 “지속적으로 감시”

“이미 자격증 시험으로 병역을 한 번 연기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사유를 사용해야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질문)

“다들 썩은 이 하나 정도씩은 있으실 텐데 치과치료로 병사용 진단서를 받는 게 가장 손쉬울 것 같네요.”(답글)

27일 오후 한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병역 관련 정보공유 카페에는 입대를 앞둔 이들의 고민 상담과 그에 대한 각양각색의 해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올라 있었다. 최근 경찰이 잇따라 병역 비리에 대한 대규모 수사에 나서면서 “병역비리를 조장하는 글은 위험하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긴 했지만, 형식적인 주의일 뿐 문의와 조언은 실시간으로 활발하게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병무청이 파악하고 있는 ‘병역기피 조장’ 사이트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무려 115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A포털 사이트 카페 86개, B포털 사이트 카페 21개 등 대부분 유명 포털 사이트에 회원이 100명 안팎의 비공개 카페들이다. 하지만 가입자가 무려 7만 명에 달하는 대형 카페도 포함돼 있었다.

병무청이 병역비리의 소지가 있는지 일상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병역기피 조장 사이트들의 화두는 무엇보다 병역등급 판정을 낮추는 문제와 입영연기에 관한 것. 생계곤란 때문에 순수하게 병역 연기를 고민하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나쁜 시력이나 허리 디스크, 다한증 등의 질환을 상담하면서 진단서나 신체검사를 유리하게 받을 수 있는 경험담과 노하우를 묻는 이들이 다수였다. 각종 훈수도 범람하고 있다. ‘자격증 시험이 가장 쉬운 연기법이니 시험부터 등록하라’는 식의 조언은 기본이다. 나아가 ‘전문가’를 자칭하며 상담을 원하는 글에 개인 연락처를 적어놓은 댓글을 달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유도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병역 관련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에게까지 ‘기본 상식’으로 널리 퍼진 것과 관련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입영 연기자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김 의원이 병무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진학, 질병, 자격시험 등을 이유로 입영날짜를 미룬 사람은 2004년 4만3840명에서 2005년 4만4372명, 2006년 4만7479명, 2007년 5만28명, 2008년 5만706명 등으로 계속 늘어났다. 특히 질병을 사유로 한 입영 연기는 2004년 4956명에서 2008년 9376명으로 5년 사이에 2배 가까이 뛰었다.

입영 연기는 병역을 면제받거나 등급판정을 낮추는 것과는 다르지만, 병역비리와 쉽게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병무청이나 수사당국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수사 중인 병역비리 사건에서도 210명이 위조된 학원 재원증명서 등을 통해 입영날짜를 연기한 사람들이다. 구속된 브로커 윤모 씨(31)와 차모 씨(31)는 각각 ‘국가자격증·공무원 시험 신청 대행 사이트’를 운영하며 이들의 입영을 연기해 준 대가로 돈을 챙긴 것. 경찰은 “이렇게 일단 병역을 미룬 뒤 다른 방법을 동원해 병역을 면제받거나 등급판정을 낮춘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영 연기가 재검을 받기 위한 ‘시간 벌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역 판정을 받은 입영 대상자 중 입영 연기 기간 또는 그 후에 질병을 사유로 보충역으로 처분 변경된 이는 △2004년 2006명 △2006년 2282명 △2008년 262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면제로 처분 변경된 사람도 최근 5년간 3372명으로 연평균 6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우 의원은 “최근 발생한 병역비리에 입영기일연기제도가 나타난 만큼 입영연기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악용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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