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내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됐다. 이로써 한국은 미국(2회) 영국 캐나다에 이어 5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 된다. 세계 230여 나라 가운데 글로벌 현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G20에 들어간 것만도 대한민국의 성취를 입증하는 것인데, 회의 유치는 외교사에 남을 쾌거이며 국가 위상 제고의 좋은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G20 1차 회의에서 돌아온 직후 회의 유치 의지를 밝혔고 이에 따라 태스크포스가 즉시 가동됐다. 이 대통령의 ‘정상 네트워크’가 힘을 발휘했고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주요국을 돌며 공을 들인 것이 결실을 보았다.
그동안 주요 8개국(G8)이 세계 정치경제 질서를 주도했지만 G8의 힘만으로는 지구촌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경제위기뿐 아니라 기후변화, 핵 확산, 테러 등 글로벌 난제들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제적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에 G20이 태동했다. G20은 전 세계 총생산의 85% 이상을 차지한다. 지구촌 문제에서 G8의 역할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피츠버그에서 정상들이 “G20 회의를 ‘세계 최고 경제협의체(프리미어 포럼)’로 만들자”고 합의한 만큼 경제 분야에서는 G8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G20 한국회의에서는 경제위기 출구전략, 금융규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개혁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가 의장국과 개최국으로서 의제 선정과 결론 도출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 ‘포스트 G8’의 한 주역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선진국과 경제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은 글로벌 경제 불균형 해소 방안, 금융위기 극복 방안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 선진국 진입을 앞두고 있고 성공적인 개도국과 신흥국 경험도 있어 ‘중간자적 중재 역할’을 하기에 적합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우리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의 국격(國格)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은 19위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노사협력 등 노동 부문 경쟁력은 세계 최하위권이다. 금융시장 성숙도, 은행 건전성 등의 순위도 G20 회의 개최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G20 회의 주최까지 1년여 동안 대의(代議)민주주의 복원을 비롯한 정치문화 선진화에서도 국민과 세계가 인정할 만한 성과를 내야 한다. G20 회의를 개최하는 국가에 걸맞게 여야가 선진적인 의회상을 확립하기 위한 공동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