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여성 변호사 카르티니 마로프 씨(41)는 의뢰인 로하야 모하마드 씨에게 이색적인 제안을 했다.
일곱 자녀를 낳은 이혼녀인 모하마드 씨에게 자기 남편을 '공유'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한 것. 이렇게 해서 남편 아크라물라 아샤리 씨(43·사업가)는 부인 넷과 열일곱 명의 자녀를 거느리는 가장이 됐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일부다처제는 합법이다. 남자들은 부인을 넷 까지 둘 수 있다. 물론 무슬림들에 한해 적용되는 법이다. 이스람교의 예언자인 무하마드도 12명의 아내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소개한 아샤리 가문은 일부다처제의 '숭고한 목적'을 알리기 위해 최근 '일부다처제 클럽'을 결성했다고 AP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클럽의 회원은 남편 300명과 부인 700명으로 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클럽의 설립자는 아크라물라의 네 번째 어머니인 하티자 아암이다. 그녀는 "사람들은 일부다처제를 혐오한다. 우리는 이들의 인식을 바꾸어놓고 싶다. 일부다처제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말이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클럽은 일부다처제를 원하는 남녀에게 결혼 상담을 해줄 계획이다.
무슬림들은 술을 마시거나 혼전에 이성 간 성관계를 가지면 처벌받을 정도로 보수적이다. 그런데 왜 일부다처제를 지지할까.
이 클럽의 회원들은 일부다처제가 △간통 문제를 해결하고 △결혼 시기를 놓친 여성과 미망인을 구제하며 △개종한 접대부들에게 결혼의 기회를 준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일부다처제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변호사 카르티니는 "내가 소송에 매달리느라 정신없는 동안 남편의 다른 부인들이 밥하고 빨래하고 아이들을 돌본다"며 "아내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지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무슬림 여성인 샤리자트 압둘 가족부 장관은 "일부다처제는 우리 사회에서 권장하는 문화가 아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이슬람 교도들간 결혼의 2%만이 일부다처제일 정도로 이 결혼 제도를 고수하는 사람들은 소수자에 불과하다.
일부다처제를 반대하는 한 여성 사업가(42)는 AP통신 기자에게 "15년을 함께 살아온 남편이 지난해 애 셋 딸린 이혼녀와 결혼하겠다고 말했다"며 "나의 소울 메이트였던 남편에게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나의 동화는 끝났다는 절망감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직업이 없는 남편과 두 아이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던 그녀는 남편의 두 번째 결혼에 맹렬히 반대했고 남편은 결국 "다시는 다른 여성과 결혼한다는 얘기를 꺼내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일부다처제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쿠알라룸푸르 외곽의 라왕시에 많이 살고 있다. 남편을 공유하는 다수의 부인들은 원칙적으로 각자 집에서 생활하고 남편들이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닌다.
앞서 소개한 일부다처제 클럽의 설립자인 하티자 아암씨(54)도 미혼 시절에는 이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스물일곱이 되자 결혼을 못하게 될까 걱정하기 시작했고 결국 1982년 남편의 네 번째 부인이 됐다.
이제 여덟 자녀의 어머니가 된 그녀는 이렇게 반문한다. "남편을 공유하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 나는 30년 가까이 이렇게 살아 왔는데…."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