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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백재승]고위험 전립샘암, 기본검진에 포함을

입력 | 2009-09-29 02:58:00


전립샘암 인식의 달(9월)에 대한비뇨기과학회가 국내 최초로 진행한 전립샘암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정 전립샘암 발견율이 3.4%로 나타났다. 국내 55세 이상 남성 100명 중 3명꼴로 전립샘암이 발견된다는 얘기다. 결코 가볍게 여길 수준이 아니다.

전립샘암은 전형적인 남성 암이자 서구 암이지만 국내에서도 과거에 비해 무서울 정도로 발생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보건복지가족부의 자료에 따르면 전립샘암 발생률은 남성 암 중 5위를 차지했으며 발생증가율 또한 12.3%로 주요 암 중 상승곡선이 가장 가파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전립샘암으로 인한 사망률 또한 급증한다는 점이다. 전립샘암으로 인한 사망률은 최근 10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전립샘암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려면 진단 시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암세포의 전이 정도에 따라 생존율이 판이하다.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도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에도 조기검진에 대한 인식은 현저히 낮으며 실제로 기본 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아 검진 기회가 적은 편이다. 이에 학회는 전립샘암의 조기진단을 통해 사망률을 낮추고자 국가 암 검진에 전립샘암을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립샘암 조기검진 사업으로 사망률 및 발생률을 낮추는 데 성공한 사례로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전립샘암은 미국에서 발생률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1990년대 전립샘암 조기검진을 대중화한 뒤 50세 이상 남성의 50% 이상이 매년 전립샘암 조기검진을 받았다. 이에 따라 전립샘암의 발생률 및 사망률 역시 199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주요 암 5년 생존율을 비교해 봤을 때 자궁경부암을 포함한 5대 암은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전립샘암 환자의 5년 생존율(76.9%)은 미국(98.9%)과 약 22%의 차를 보인다.

전립샘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발생 증가율 역시 국가 5대 암과 비교했을 때 가장 높다. 전립샘암을 국가 암 검진사업에 당연히 포함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립샘암의 신규환자 수는 4913명으로 5대 암 중 하나인 자궁경부암(3157명)을 넘어섰다. 위암(2만1896명) 대장암(1만6440명)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적은 수이지만 급증하는 발병률 및 사망률, 국민의 낮은 인식도, 적은 검진 기회에 비춰 볼 때 위험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립샘암을 국가 암 검진사업에 포함시켜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사회 경제적 손실을 들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립샘암 환자의 지난해 진료비는 약 490억 원으로 1인당 진료비가 자궁경부암을 앞지른다. 2007년 국내 주요 8개 대학병원에서 전립샘암 환자의 치료비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말기 환자의 연간 의료비가 조기발견 환자보다 4배가량 높다고 한다. 국가 암 검진사업 도입으로 조기에 진단받는 환자가 늘어난다면 치료 비용 또한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립샘암은 빨리 발견하면 자비롭지만 방치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질환이다. 다른 암도 마찬가지지만 얼마나 빨리 발견하느냐가 생존율을 크게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 차원에서 전립샘암 검진 기회를 제공해 전립샘암의 발생률과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더 나아가 전립샘암 조기발견으로 환자 삶의 질이 향상되기를 기대해 본다.

백재승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사장·서울대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