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군단’이 호령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위기가 감돌고 있다.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기업들이 잇달아 지원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미국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는 23일 미켈럽 울트라오픈 후원을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주 최나연이 우승한 삼성월드챔피언십도 올해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까지 내년 시즌 개최가 확정된 대회는 18개에 불과하다. 올해 총상금 4800만 달러에 27개 대회를 치른 것과 비교하면 심각한 상황이다.
신지애는 올 시즌 LPGA투어에서 160만 달러로 상금 1위를 달리고 있지만 5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출전하는 챔피언스 투어의 상금 선두 베른하르트 랑거(177만 달러)보다 적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로 치면 상금 46위 찰스 하웰 3세(168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27일 서울 올림픽코트에서 끝난 한솔코리아오픈 같은 여자프로테니스(WTA)투어는 이달 초 일찌감치 내년 시즌 일정을 발표했다. 53개 대회에 총상금은 올해 7700만 달러에서 8300만 달러로 늘었다.
LPGA투어에 대한 스폰서의 관심이 떨어진 것은 거액을 들여 투자한 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데 있다. ‘슈퍼 루키’라던 미셸 위는 아직도 우승컵이 없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4월에 시즌 2승째를 거둔 뒤 침묵하고 있다. 크리스티 커가 5월 미켈럽오픈에서 우승한 뒤 미국 선수들은 17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 대신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선수들이 시상식을 독자치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WTA투어는 전 세계를 도는 단일 리그 성격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의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며 신구 선수의 경쟁 등 볼거리가 많다. 스포츠마케팅 전문가인 제일기획 박찬혁 박사는 “프로스포츠 스폰서십도 결국 경제논리를 따른다. 골프의 상품성이 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테니스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