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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비 고통 영국 城들, 性산업에 함락

입력 | 2009-09-29 02:58:00


포르노 촬영장소로 제공
성적고문 체험 파티까지

고색창연한 성곽은 허물어져 가고, 지붕에서는 물이 샌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고칠 돈은 없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최근 영국의 수백 년 된 몇몇 성(城)과 대저택의 주인들이 염치 불고하고 성을 ‘성(性)적 향락 사업’에 개방해 돈벌이를 한다고 27일 보도했다.

침실 15개에 금박이 덮인 6층짜리 대저택을 소유한 귀족 출신 40대 주인은 한 달에 1만 파운드(약 1900만 원)나 하는 관리비를 견디다 못해 1회 촬영에 5000파운드를 받고 미국 포르노 영화 제작자에게 집을 빌려줬다. 그동안 TV 드라마, 뮤직비디오 촬영, 미술품 전시 등에도 대여한 적이 있지만 그만큼 큰 수익을 올리지는 못했다. 이 저택은 상류층 인사들의 은밀한 파티 장소로도 제공된다. 사교클럽 ‘킬링 키튼스’ 사장은 “고객들이 18세기 조지 왕 시대의 황홀하고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아주 만족해했다”고 전했다.

어떤 성들은 지하에 있는 아치형 토굴감옥을 은밀한 장소로 전용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토굴감옥에 인질로 갇혀 온갖 성적고문을 당한 뒤 탈출한다’는 주제의 체험 파티를 여는 것. 입장료는 1인당 3000파운드(약 570만 원). 파티 참석자는 “어둠 속에서 환상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 같았다”고 경험을 전했다.

그동안 성들의 주 수입원은 고소득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결혼식장 대여업이었다. 성주들은 ‘은밀한 사업’이 결혼식장 사업에 혹 손해를 끼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영국의 젊은 성주 두 명은 두께 3m에 이르는 성벽과 층간 벽을 방음장치로 활용해 지상에서는 우아한 결혼식을, 지하에서는 음란한 파티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개중에는 주인도 모르게 은밀하고 음란한 파티가 이뤄지기도 한다. 서머싯 주 할스웰 하우스 성주는 7월, 기막힌 광경을 목격했다.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 우아한 파티에 성을 빌려줬는데 가면을 쓰고 망토를 두른 참석자들이 밤 12시가 되자 모두 벗어던지고 가죽 속옷 차림으로 돌변한 뒤 ‘뒹굴고’ 있었던 것. 놀라운 것은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오히려 이날 파티를 주선한 회사 ‘리틀 신스’에는 영국 각지 성주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할스웰 하우스의 내년도 결혼식 예약도 급증했다고 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