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이 미 PGA 챔피언십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직후 한국 골프의 위상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세계무대에 한국골프가 알려진지 11년 만에 이룬 또 다른 쾌거다.
28일 한국을 방문한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은 “한국의 골프가 세계 골프계를 뒤흔들고 있다. 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미국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그로 인해 박세리와 최경주에 이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 우승자까지 배출해 냈다”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해외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국 골프의 위상을 높이는 것과 달리, 국내 투어는 아직까지도 열악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7일 끝난 한중투어 KEB 인비테이셔널에서는 국내 골프투어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져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전 참가 선수들은 드라이빙 레인지와 연습 그린에서 1시간 남짓 최종 점검을 한다. 무뎌졌던 샷과 퍼트 감각을 되찾으면서 컨디션을 점검한다.
꼭 필요한 마무리 훈련이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연습장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애를 먹었다. 간이로 드라이빙 레인지를 마련하기는 했지만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아 연습도 하지 못하고 발길을 되돌리는 선수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A 선수는 “경기 시작 전 드라이빙 레인지에 도착했는데 연습할 공이 없었다. 공을 달라고 했더니 다 떨어졌다는 말을 했다. 어이가 없었다. 20분 정도 기다렸는데도 계속 공이 없다는 말만 해 그냥 돌아 갔다”고 말했다.
B 선수도 비슷한 말을 했다. “연습공이 없다고 해 그냥 돌아갈 수 없어 가지고 있던 공 가운데 5개를 꺼내 샷을 했다. 연습장이 없어서 골프장 밖에 있는 연습장을 이용한 적은 많지만 공이 없어 연습을 하지 못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황당해했다.
연습용 골프공이 모자라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경기에 나가야 하는 게 국내 투어의 현실이다. 대회 때 선수들이 사용하는 연습용 골프공은 보통 관련업체로부터 후원을 받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B사가 후원사로 나서 8000개의 공을 연습공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선수들은 “8000개가 아닌 800개 정도였을 것”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KLPGA 투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외국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투어밴 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투어밴은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을 위해 클럽 회사 등에서 골프채를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 4,5개 회사에서 투어밴을 운영하고 있지만, 비용부담 등을 들어 남자 대회에만 치중하는 편이다. 여자선수들은 클럽 점검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선수들을 위한 지원이 우리와 다르다.
일본투어에서 뛰고 있는 K 프로는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보면 우리와는 엄청난 차이가 난다. 천연 잔디의 연습장은 물론 기타 경기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국내투어와 비교하면 우리는 아직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국내와 일본, PGA 투어를 모두 경험한 양용은은 2007년 한 인터뷰에서 “한국투어가 여인숙이라면, 일본은 모텔, 미국은 호텔이다. 한 번이라도 호텔의 서비스를 경험해보았다면 다시는 여인숙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몸으로 직접 느낀 한,미,일의 환경이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화보]세계골프계의 새 강자로 우뚝 선 양용은
[화보]‘바람의 아들’ 양용은, ‘골프황제’ 우즈 잠재우다
[관련기사]국내 여자골프 ‘반쪽대회’?
[관련기사]“양용은, 우즈와 맞대결 승산 있죠”
[관련기사]양용은, 투어 챔피언십 3R 공동 17위…우즈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