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값싼 약 처방 의사에 인센티브”
제약계 “가격 낮추려 저질 원료 쓸수도”
최근 제약업계는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약가(藥價) 제도 개선안’이 어떤 내용으로 골격이 짜일지에 관심이 쏠려 있다. 복지부는 병원이 약품 구입비용을 건강보험약가(상한가)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실거래가 상환제’가 리베이트의 온상이 되고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 ‘의약품 가격 및 유통 선진화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개선책 마련에 착수했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복지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저가(低價) 구매 인센티브’와 ‘동일성분 동일약가’ 조치. 제약업계는 “두 제도를 도입하면 불량 저가 약이 판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가 구매 인센티브는 건강보험약가보다 저렴한 약을 처방하는 의사에게 그 차액의 일부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제도다. 또 특허가 만료된 약은 특허약(오리지날)과 복제약(제네릭) 간에 가격 차를 두는 현행 제도와 달리 동일한 성분을 사용하는 약의 가격을 동등하게 책정하는 것이 ‘동일성분 동일약가’ 제도다. 이와 관련해 A사 관계자는 “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되면 품질 대신 가격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가격을 낮추려고 저질 원료를 쓰는 약이 나오는 등 국민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도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기업은 연구개발에 소홀해지고, 국내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약화될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제약업계의 반발과 관련해 복지부는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제도 개선만은 분명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 아래에서는 병원이 약품을 얼마에 구입하든 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약가로 약품 값을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약가가 100원인 약을 80원에 구입한 뒤 건보공단에 100원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생각이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은 최근 개선안의 큰 방향에 대해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없애고, 시장원리에 따라 약가가 형성되는 환경을 만들고, 글로벌 제약사를 육성한다는 3개의 미션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저가구매 인센티브 등에 대한 우려는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부안이 결정된 것은 없다”면서 “불합리한 지금의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의 이런 움직임이 제약업계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IG투자증권은 ‘제약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복지부가 검토 중인 제도가 도입되면 제약회사의 실적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다품종 소량생산에 의지하는 중소 제약회사의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B제약사 관계자도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으로 약품 가격이 떨어지면 대형 업체 중심으로 제약업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