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외교가의 플레처스쿨 인맥
보즈워스 대북대표 중심
선후배간 네트워크 탄탄
외교안보에 막강 영향력
미국 외교가에서 널리 알려진 말로 ‘플레처 마피아’라는 말이 있다. 1933년 설립된 미국 최고(最古) 외교안보전문대학원인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터프츠대 플레처스쿨(Fletcher school) 출신들이 똘똘 뭉쳐 만들어 낸 학맥을 일컫는 말이다. 선후배 간 네트워크를 중시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전통이 강해 어디를 가나 동창회를 만들고 뭉치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최근 미국 외교가에서 플레처 마피아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북핵 협상을 포함한 전반적인 북한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두드러진다. 그 중심에는 현재 플레처스쿨 학장을 겸하고 있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있다.
보즈워스 대표는 2월 활동을 시작한 이래 연이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2차 핵실험 등으로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지만 북-미 양자대화 재개가 임박하면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평양 초청장을 받아둔 상태라 대화 재개의 조건만 맞아떨어지면 북-미 대화 공식 재개의 중심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에서는 데릭 미첼 아시아태평양 안보문제담당 수석부차관보가 플레처 인맥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인 1997∼2001년 국방장관 특별보좌관을 지냈던 미첼 수석부차관보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싱크탱크와 관(官)을 오가며 아시아지역 안보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과 두터운 인맥을 쌓았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국방정책과 지역협력 문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28일 활동을 시작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도 플레처스쿨 출신이다. 톰 랜토스 하원 국제관계위원장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는 등 20년이 넘는 의회 경험과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킹 특사는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하는 민주당 정권하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뤄낼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지금은 중앙무대에서 벗어나 있긴 하지만 여전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영향력이 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도 플레처스쿨 출신이다.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해 미군 유해 발굴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그는 지난달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김명길 공사와 현지에서 만나는 등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과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한국과 일본, 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장직도 플레처스쿨 출신들이 단골로 차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캐슬린 프레이저 씨와 그와 임무교대를 했던 수 테리(한국명 김수미) 씨는 동문수학했던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재 주북한 중국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류샤오밍(劉曉明) 대사 역시 플레처스쿨에서 공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