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멘터 3人의 조언
선배 김종인 “청문회 지적 거울로 삼길”
친구 좌승희 “중도 가치로 국정 운영을”
29일 취임한 정운찬 국무총리를 바라보는 정 총리의 은사, 선배, 친구 등의 시선은 각별하다. 정 총리에겐 ‘인생의 멘터’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정 총리에게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는 이명박 대통령과 잘 소통할 것을 당부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은사로 정 총리가 ‘학문적 아버지’라고 부르는 조순 전 경제부총리는 정 총리에게 인내심을 강조했다. 조 전 부총리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여러 다른 의견 중에서 옳은 길로 가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절대 섭섭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분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 전 부총리는 또 “정치권과의 관계에서는 미디에이터(중재자), 정부 내에서는 코디네이터(조정자), 국민에게는 내비게이터(방향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 전 부총리는 특히 대통령과 총리의 생각이 다를 수 있으나 소통하고 조율해 최대공약수를 살려 현명하게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정 총리의 ‘정치적 조언자’로 알려진 김종인 전 의원은 “국회에서 정 총리와 관련해 여러 지적이 터져 나왔다. 이를 거울로 삼아서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의 ‘세종시 원안 수정’ 발언에 대해서는 “세종시가 정치적인 결단에 따라 생긴 것이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않다”면서도 “정치적으로 이미 굳은 사안인데, 새롭게 한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현명하지 못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정 총리의 총리직 수행 성공 여부에 대해 “국무총리(라는 자리)가 그럴듯하지만 정책을 수립해 결정할 권한이 없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정 총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정 총리와 동년배로 서울대 재학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정 총리가 이 대통령과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렇지만 주어진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과 자리를 봐야 한다. 정 총리는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총리는 이제 경제학자가 아니라 행정가로 변신해야 하고 중도의 가치를 가지고 국가 정책에 의견을 내면 국정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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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자 A6면 ‘정운찬 국무총리 멘터 3인의 조언’ 기사에서 정 총리의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소개한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제주 제일고 출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