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재 무엇이 좋을까
보행자 겸용도로에 많이 깐 우레탄-보도블록 낙제점
일반차로용 아스콘이 적당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에 가장 좋은 바닥 재질은 무엇일까. 사이클 전문가들은 단연 목재를 꼽는다. 최적의 나무는 아프리카산 아프젤리아. 1988년 서울 올림픽 사이클 경기장에도 이 나무가 사용됐다. 대한사이클연맹 김성주 사무국장은 “자전거가 달리는 순간 바퀴와 바닥의 마찰 계수를 측정해 보면 목재가 가장 적고 그 다음이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일반 콘크리트 순”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길에 나무를 깔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일반 자전거도로로 가장 적당한 소재는 아스콘이다. 광명 스피돔을 비롯한 국내 경륜장 바닥은 대부분 아스콘으로 만들었다. 벌목에 따른 환경 문제도 있고 경륜의 경우 기록보다는 순위 싸움이라 아스콘에 비해 부상 위험이 높은 목재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 콘크리트는 아스콘보다 훨씬 딱딱한 데다 사이클 선수들의 표현대로라면 ‘질긴’ 성질이 있어 자전거로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자전거 인구가 증가하면서 자전거도로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자전거도로의 소재가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아스콘, 투수콘(透水콘·물 빠짐이 좋은 콘크리트)은 물론이고 우레탄과 보도블록까지 다양하다.
우레탄은 바닥이 너무 말랑말랑해 자전거가 잘 나가지 않는 데다 시간이 지나면 뜯기고 찢어지는 곳이 많아 부상 위험이 크다. 그동안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우레탄 도로를 만들었던 이유는 보행자를 우선 고려했기 때문.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강 지류를 따라 만든 많은 도로에 푹신푹신한 우레탄을 깔았다. 우레탄은 걷기에는 좋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도로가 울렁거린다. 보도블록은 블록끼리 높이가 달라 역시 자전거도로로는 좋지 않다. 물이 고이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용했던 투수콘의 경우 겨울철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 보면 표면이 갈라지고 파이기 일쑤다.
향후 차로를 줄이고 만들 자전거도로는 차로 자체가 아스콘이라 별 문제가 없지만 기존의 낡은 비(非)아스콘 소재 도로는 개·보수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이다.
최근에는 일부 업체가 자전거도로 전용 바닥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는 규사와 글라스비드(유리구슬) 등을 섞어 목재와 같은 경도를 지니는 동시에 황토 포장재를 깔아 미끄럼 방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