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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기웃… 사람 불쑥… 아찔한 자전거도로

입력 | 2009-09-30 02:57:00

버스가 점령 28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앞에서 청운동 방면으로 가는 자전거도로. 일반 차량이 정차해 있는 데다 우회전 차량이 자전거도로로 넘어와 사고 위험성이 높다. 김재명 기자


■ 자전거도로 마구잡이 조성 되레 안전 위협

《자영업자 오영상 씨(45·서울 은평구 대조동)는 거주지 인근 차도 위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릴 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 바로 옆에서 차가 쌩쌩 지나가거나 자전거도로에 오토바이가 침범하기 일쑤다.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줄여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6월 조성된 은평구 연서로 자전거 도로는 차로와 색깔도 같을뿐더러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는 경계시설도 없다. 오 씨는 “차가 내 자전거를 덮치지 않을까 무섭다”고 말했다.》

지자체-장소마다 색깔-폭-분리대 중구난방
보행자-차량 “자전거도로 분간 안될때 많다”
침범때 단속규정도 없어 이용자 위험 노출

전국 곳곳에 자전거도로가 설치되고 있다.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데다 정부가 10년 동안 자전거도로(3114km) 건설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자전거교통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지방자치단체들도 경쟁적으로 도로 설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이용 현황이나 안전사고 예방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뒤죽박죽 자전거도로

자전거 이용이 늘면서 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5년간 자전거 관련 교통사고가 6007건에서 8721건으로 45.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에서 자전거교통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2.5%에서 4.1%로 늘었고 부상자는 6037명에서 8887명으로 47.2%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설치된 자전거도로는 서울 728km, 부산 208km 등 총 1만339km에 달한다. 하지만 상당수의 자전거도로가 ‘중구난방’ 식으로 설치되면서 위험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인근 차로를 줄여 만든 자전거전용도로에 가보니 경계시설이 없어 자동차가 자전거 옆을 질주할 때마다 자전거를 탄 시민들이 움찔거렸다. 한 시민은 아예 자전거도로를 놔두고 인도로 달렸다. 오토바이들은 수시로 자전거도로를 질주했다. 정부중앙청사 부근의 자전거도로는 인도 옆 도로에 설치됐지만 버스 택시가 마구 드나들어 이름이 무색했다. 청와대 인근의 자전거도로는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1시간 가까이 지켜봤지만 아무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없어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광진구 능동 자전거전용도로와 차로 사이는 높이 1∼2cm의 낮은 블록이 설치되다보니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를 계속 침범했다. 자전거를 타던 한 시민은 전용도로에 주차된 택시 문이 갑자기 열리자 놀라는 모습이었다. 택시운전사 김태식 씨(59)는 “(택시운전사들은) 무슨 도로인지 몰라 자꾸 들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자전거도로 경계시설이 높아 불편을 주는 경우도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설치된 자전거전용도로는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나누는 쇠로 된 울타리 경계시설 높이가 1m에 달해 시민들이 불편해했다. 자전거 핸들과 경계시설 높이가 비슷해 전용도로 폭이 좁아지는 구간은 자전거 핸들이 경계시설에 자꾸 부딪혔다. 인천 연수구 연수2동 자전거도로는 분리시설이 없어 밤이면 주차장으로 변했다.

○ 강변, 인도 위 자전거도로도 위태위태

강변, 천변 자전거전용도로나 인도 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도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했다. 서울 성산대교에서 뚝섬까지 한강변 자전거전용도로를 이용하는 이태훈 씨(35)는 최근 자전거를 타다가 보행자와 충돌했다. 일부 구간이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압구정, 여의도 일대 인도 위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는 노점상, 보행자로 가득 차 제대로 자전거를 타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자전거를 몰고 가다보면 수시로 멈춰 내려야 했다. 교차로는 자출족 사이에 ‘마의 사각지대’로 불린다. 자전거전용도로와 일반도로 사이 경계시설이 없어 좌회전 우회전하는 차량이 자전거를 들이받기 쉽기 때문이다.

○ 설치·관리 기준 없어 혼란

문제는 국내 자전거도로 설치 시 일정한 기준으로 적용해야 할 도로폭, 포장재질, 공사방법 등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것. 현행 자전거도로 건설 규정에는 △통행에 필요한 최소폭 1.1m △내구성, 마찰계수를 고려한 포장재질 사용 정도만 표기돼 있다. 이로 인해 자전거도로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이혜경 자전거교통추진반장은 “정부차원에서 자전거도로 시설기준 및 관리지침을 마련하는 등 자전거도로 규격을 통일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전거전용도로 차량 침범, 주차에 대한 정확한 단속이 없는 것도 문제다. 경찰은 현재 서울 시내 자전거도로에 주차를 하거나 침범을 해도 아직 완전히 개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속하지 않고 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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