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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稅盜 공무원’이 이렇게 판쳐서야

입력 | 2009-09-30 02:57:00


세무공무원들이 일명 ‘카드깡’ 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아오다 덜미가 잡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부가가치세과 직원들이 신용카드 위장 가맹업체와 결탁해 범죄 사실을 눈감아준 혐의를 잡고 서울 구로·용산·종로세무서 3곳을 압수 수색했다. 탈세 사실을 적발해 세금을 추징해야 할 공무원들이 국민 세금을 도둑질한 것이나 다름없다.

카드깡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에게 마치 물건을 사고판 것처럼 매출전표를 끊어준 다음, 고율의 이자를 받고 현금을 내주는 것이다. 세무서 직원들은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카드 거래내용을 매일 전산으로 통보받는 ‘신용카드 조기 경보시스템’을 이용해 카드깡을 적발한다. 그러나 세금 도둑들은 업종이나 규모에 걸맞지 않게 과다한 매출이 발생하는 의심스러운 거래를 적발하고도 뒤로 돈을 받고 덮어버렸다.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꼴이다.

내년 정부의 복지 부문 지출 비중은 총지출의 27.8%로 역대 최고지만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줄줄 새는 구멍을 막지 않으면 복지예산의 혜택이 서민과 약자에게 고르게 돌아갈 수 없다. 2월 서울 양천구청에서는 8급 기능직 공무원 한 사람이 26억 원에 이르는 장애인 보조금을 빼돌렸다. 한 읍사무소의 7급 여성 공무원은 34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생계가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써야 할 세금 10억 원을 빼돌려 빚 갚고, 땅 사고, 차 사고, 해외여행을 갔다가 올 초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일도 있다. 정부 지원금으로 승용차를 사고 주식투자를 한 기업체 대표, 군 장병 급식용 쌀을 빼돌려 시중에 내다 판 육군 원사도 모두 세금 도둑에 해당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작년 3월부터 국가 예산과 각종 보조금, 기금을 빼돌린 혐의로 적발한 사례가 164건에 이르고 관련자 150명이 구속됐다. 검찰이 밝힌 횡령 금액만도 1000억 원에 달한다. 국가가 신분을 보장하고 공무원연금으로 노후를 보장해주는 공무원들이 사욕(私慾)에 눈이 멀어 국민 세금을 훔치는 것은 다른 어떤 범죄보다도 죄질이 나쁘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초 비상경제정부 체제를 출범하면서 “공직사회의 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8·15 경축사에서도 ‘비리 척결’을 거듭 강조했다. 관련자를 적당히 처벌해서는 공직 부패를 일소하기 어렵다. 공직 부패를 봐주는 것이야말로 부패를 조장하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