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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좀 보세요 ‘책 속의 전통음식’

입력 | 2009-09-30 02:57:00

궁중음식 인간문화재였던 고 황혜성 선생의 세 딸인 한복려, 복선, 복진 씨(왼쪽부터). 이들은 전통 음식의 발굴과 재현, 대중화, 학문적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사진 제공 궁중음식연구원


궁중요리 전문가 한복려 이사장-한복진 교수 자매, 내달 서울대서 전통혼례상 재현

“책으로만 보던 음식 직접 접하면 그 속에 스민 우리 정서 느낄 것”

“우리 음식을 맛보고 체험하고 나면 전통음식과 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느낌도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 궁중음식’ 기능보유자(일명 인간문화재)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62)은 추석을 앞둔 요즘 마음이 들떠 있다.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10월 7일 서울대 행정관 앞 잔디광장에서 개최할 전시회와 교육 때문이다. 서울대 축제 기간인 이날, 한 이사장은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전통 혼례음식을 주제로 연례발표회를 한다.

한 이사장이 대학의 축제현장을 찾아가 전통음식 문화 알리기에 나선 것은 서울대출판문화원 형난옥 운영본부장과 맺은 11년 전 인연 때문이다. 1998년 궁중음식 인간문화재였던 고 황혜성 씨와 맏딸인 한 이사장, 막내딸인 식품영양학자 한복진 전주대 교수(57)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음식 백가지’라는 책을 발간했다. 동생인 한 교수가 글을 썼고 언니인 한 이사장이 음식을 만들어 사진을 제공했으며 어머니가 감수를 맡은 책이다. 둘째 딸 한복선 씨(60)도 식문화연구원을 차려 전통음식의 대중화에 앞장서는 등 이들 모녀는 전통음식과는 뗄 수 없는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우리 전통음식을 소개하는 주요 저작으로 인정받는 이 책을 기획한 사람이 당시 현암사에 있던 형 본부장이었다. 형 본부장은 “책 발간을 넘어 우리 문화의 보전과 전파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번 행사를 건의했고 저자들이 흔쾌히 응해줘 서울대 축제 행사로 기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보일 전통 혼례음식은 한 이사장의 강좌를 수강한 제자 150명이 맡기로 했다. 납폐음식(함, 봉치떡), 폐백상(육포 폐백, 닭 폐백), 한과 이바지(유과, 약과, 정과구절판, 다식구절판 등), 떡 이바지(꽃부꾸미, 꽃송편, 약식, 꽃떡동이, 맨드라미증편 등), 안주 이바지(해물 이바지, 진도식 해물 이바지, 갈비 이바지, 전 이바지, 개성식 홍해삼), 찬 이바지(구이 이바지, 밑반찬 5종), 입매상 차림(편육, 과일겨자채, 온면) 등 혼례 관련 음식을 총망라한다.

음식이 전시되는 동안 한국문화재보호재단에서 나온 60여 명은 3시간 동안 우리의 전통혼례를 재현한다. 아울러 10월 5부터 9일까지 서울대 중앙도서관에서는 전통 혼례음식 사진전이 함께 열린다. 한 이사장의 최근 저서 ‘혼례-혼례문화의 모든 것과 위대한 혼례음식’과 한 교수의 ‘우리 음식의 맛을 만나다’도 전시한다.

한 이사장은 이날 발표회에 앞서 전통음식 강연도 직접 진행한다. 대학생들의 축제 음식으로 손색이 없는 궁중떡볶이를 만들어 함께 나눠 먹을 예정이다. 형 본부장은 “황혜성 여사의 두 딸이 만든 전통음식 문화 콘텐츠가 이날만은 실제 생활공간으로 걸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 이사장은 “젊은 학생들이 우리 음식을 접할 때마다 그 속에 스민 정서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을 보고 늘 안타까웠다”며 “젊은층에게 전통 음식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