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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학업포기 중고생 작년 5만2524명… 인천은 3077명

입력 | 2009-09-30 06:24:00


학교 그만뒀어요 재미가 없어서…
아무도 내게 관심없어요 세상이 싫어…

23일 오후 1시 40분경 인천지하철 1호선 부평시장역. 10대 청소년 4명이 지하철 계단을 내려와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고등학생처럼 보였지만 교복을 입지 않았고 책가방도 없었다. 한창 수업을 받을 시간에 이들이 찾은 곳은 청소년쉼터인 ‘인천시 청소년 드로빈센터’. 이들은 최근 1, 2년 사이 학교를 그만둔 ‘학업중도탈락자’다. 지하철역사 안에 있는 이 센터는 오후 2시에 문을 열어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다. 음식과 의류, 잠시 쉴 장소가 제공돼 하루 평균 20∼30명의 학업중도탈락자가 찾는다. 이들처럼 학교를 떠나는 아이가 매년 늘고 있다.

○ 학교를 떠난 ‘위기의 아이들’

22일 오후 9시 드로빈센터에서 나온 아이 3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 차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니. 잠 잘 곳은 있냐”고 물었더니 대꾸도 않고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갔다. 센터 측은 이들이 야간에 건물옥상 등에서 지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일부 아이는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절도, 성매매 등에 노출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YWCA에 따르면 학업을 중도 탈락한 아이들은 집을 나오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3월 장기결석으로 학업을 중단한 G 군(17)은 집을 나와 청소년쉼터에서 지냈다. 쉼터에서 취업동의서를 받아 음식배달원으로 일해 돈을 벌자 친구와 고시원에서 지내기도 했다. 집단따돌림 등의 이유로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게임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적으로 중고교생 5만2524명(유학, 이민, 사망자 제외)이 학교를 그만뒀다. 인천의 경우 2006년 2188명에서 2007년 2376명, 지난해는 3077명으로 학업중도탈락자가 매년 늘고 있다. 다른 시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표 참조

부평 드로빈센터의 이영복 센터장(56·여)은 “이혼 가정, 홀어머니·홀아버지 가정, 재혼 가정 아이들이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며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와 반감이 일반 학생에 비해 너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학교 소속감 결여와 가정 해체가 주요 원인

B 군(18)은 2년 전 학교를 그만뒀다.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중학교 시절 친한 친구와 고교 배정이 달라 헤어지면서 학교생활에 흥미를 잃었다. 비행청소년들과 어울렸고 결석 횟수가 늘면서 자퇴했다. 그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는 나에게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학교생활도 싫어졌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3년 주요 8개국(G8)에 속한 국가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교 소속감 조사에서 한국은 평균 461점으로 8개국 중 가장 낮은 점수를 보인 일본(465점)보다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인천시교육위원회 노현경 부의장은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없다는 것은 학교라는 테두리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부모 이혼과 가출로 인한 조손(祖孫)가정의 증가도 학업중도탈락자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다. 경기 부천시 A고교에 다니던 C 군(18)은 학교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등 문제를 일으켜 학교를 그만둔 사례다. 조모 밑에서 자란 그는 경제적으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컸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조손가정은 6만4000여 가구에 달한다. 2007년 여성부가 무작위로 조손가정 6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조부모의 47.6%가 70세 이상의 고령자였고 월평균 소득이 70만 원에 불과한 빈곤층이었다.

○ 법제화된 학교 상담구조와 시스템 구축 시급

청소년 전문가들은 학업중도탈락자가 늘수록 미래사회에 엄청난 사회적 손실과 비용을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는 ‘학교 상담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문가들은 일선 학교에서부터 부적응 학생을 사전에 파악해 지속적으로 치료, 상담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실이 부족하다 보니 위기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상담이 어렵다. 224개 초중고교가 있는 인천은 전문상담순회교사 10명, 전문상담교사는 36명에 불과하다. 상담실이 없어 운동장이나 식당에서 상담이 이뤄지기도 한다. 이규미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학업중도탈락자를 막기 위해서는 일선 학교에서부터 학교 부적응 학생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상담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