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바뀐 두 영웅‘탱크’ 최경주(오른쪽)와 아시아 첫 메이저대회 우승자인 양용은이 15일부터 열리는 신한동해오픈에서 샷 대결을 벌인다. 두 선수가 2007년 미국프로골프 투어 마스터스 대회를 앞두고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투자의 명언 가운데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분산 투자가 현명하다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15일 용인 레이크사이드CC 남코스에서 개막하는 제25회 신한동해오픈골프대회는 맞부딪치면 깨질지도 모를 영양란 2개를 한 주머니에 넣은 듯하다.
한국 남자 골프의 양대 산맥인 ‘탱크’ 최경주(39·나이키골프)와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모처럼 국내 무대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7승을 올리며 아시아 골프의 개척자로 주목받은 반면 양용은은 후발 주자로서 뒤를 따르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양용은은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데 이어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 트로피까지 차지해 순식간에 한국의 에이스로 떠올랐다. 양용은이 PGA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파4)에서 210야드를 남기고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컵 2m에 붙인 두 번째 샷은 30일 미국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가 선정한 ‘올해의 샷’에 선정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양용은은 이 샷으로 쐐기 버디를 낚아 타이거 우즈에게 역전패의 수모를 안겼다.
최경주는 체중 감량 후유증 등으로 부진에 빠져 올 시즌 우승 없이 21개 대회에서 9차례나 예선 탈락했다. 상금 랭킹에서도 양용은은 10위(349만 달러)에 올랐으나 최경주는 84위(95만 달러)로 처졌다.
부담스러운 모국 대회 출전을 앞둔 최경주는 신한동해오픈 3연패 달성으로 명예 회복을 다짐하고 있다. 금의환향을 손꼽아 기다리는 양용은은 “좋은 성적으로 돌아가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당초 양용은은 PGA챔피언십 우승 전에 대회 출전을 구두로만 약속한 상태여서 치솟는 몸값 속에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초청료를 소폭만 인상하고 고국 무대에 출전키로 했다. 프로암대회에서 양용은과 동반자가 되고 싶다는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분위기를 의식한 듯 대회 메인 스폰서인 신한금융그룹은 “간판스타인 최경주를 최우선 예우하고 있다. 경호, 인터뷰 좌석과 포스터 사진 배치에서도 최고로 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경주와 양용은의 대결로 관심을 모으면서 이 대회는 벌써부터 역대 최다 갤러리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