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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不得中行而與之인댄 必也狂견乎인저…

입력 | 2009-10-01 02:48:00


겉으로만 근실한 체하고 남을 공경하는 태도를 짓는 僞善者(위선자)를 鄕愿(향원)이라고 한다. 공자와 맹자는 그런 부류를 증오했다. ‘논어’ ‘子路(자로)’의 이 章은 향원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정약용이 풀이했듯이 역시 향원을 경계했다고 볼 수 있다. 공자는 中道(중도)에 맞게 행동하는 선비를 구하지 못한다고 해서 향원을 선택해서는 안 되며 차라리 뜻이 큰 狂者나 節操(절조) 있는 견者와 함께 일하는 편이 낫다고 말한 것이다.

中行은 中道에 맞게 행동함인데 여기서는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與之는 中行의 사람과 함께함이다. 必也는 ‘반드시 꼭’이다. 狂者는 뜻이 높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람이다. 進取는 적극적으로 善(선)을 구함이다. 견者는 지식은 못 미쳐도 節操를 고수하는 사람이다. 有所不爲는 ‘하지 않음이 있다’인데, 惡行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맹자’ ‘盡心(진심)·下’에 보면, 맹자의 제자 萬章(만장)은 공자가 陳(진)에 있을 때 ‘우리 黨(당)의 인사는 狂簡(광간·뜻은 크지만 일에는 소략함)하여 進取하되 그 처음을 잊지 않는다’는 말을 거론하면서 공자가 魯(노)나라의 狂士(광사)를 그리워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맹자는 중도의 인사를 반드시 얻을 수는 없었으므로 다음 부류인 狂견의 사람들을 생각하신 것이라고 대답했다. 공자는 “향원은 덕을 해친다”고 했다. 우리도 특히 민의를 대변하는 인물을 고를 때 향원보다는 차라리 狂견의 인물을 선택해야 할 듯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