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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에 부부싸움 마세요”…명절이혼 주의보

입력 | 2009-10-01 06:06:00


지난달 남편과 이혼한 미연씨(가명·51)는 추석만 다가오면 우울하다.

10년 전 추석, 시댁에 놀러온 남편과 친구 부부들에게 당한 모욕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을 삭힐 수 없다.

시어머니와의 고부갈등으로 명절에 시댁에 가는 것을 피하던 미연씨에게 시댁으로 놀러온 남편 친구들이 "일찍 내려와 음식장만을 하지 않는다"며 미연씨를 몰아 붙인 것.

여기에 남편과 시어머니도 남편의 친구들을 거들면서 싸움은 겉잡을 수 없게 커졌고, 결국 남편이 먼저 이혼을 요구하면 집을 나가 한 달 동안 들어오지 않았다.

이후 남편의 외박과 가출은 반복됐고, 시어머니를 모시지 않겠다는 미연씨를 놓고 남편이 혼자 시댁으로 들어가면서 이혼까지 하게됐다.

지선씨(36·여)도 같은 경우다. 4년 전 추석을 지내기 위해 시댁에 내려갔다 시아버지와 말다툼 뒤 집을 나가 그대로 이혼했다.

변변한 수익이 없던 남편과 경제적인 문제로 싸운 뒤, 냉랭한 관계를 시아버지에게 들키면서 시작된 다툼이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가족들이 모여 즐거워야 하는 명절이지만, 음식장만에 대한 스트레스와 가족 선물 걱정, 불편한 시집 식구와 관계 등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그동안 묵혀뒀던 남편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폭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실제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월별 이혼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명절 이후 이혼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단독 재판부로 접수된 이혼소송의 경우 지난해 추석이 포함된 9월 1042건에서 추석 이후인 10월 1139건으로 늘었고, 합의 재판부로 들어온 소송도 83건에서 106건으로 늘었다.

특히 올해 설날(구정)이 들어있던 1월에는 880건에 불과하던 단독재판부 이혼 소송 건수가 2월에는 1059건으로 200여건 늘어났다. 합의 재판부도 73건에서 98건으로 늘었다.

이명철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 사항이 누적된 상황에서 명절에 본가에 내려가는 문제나 음식장만 문제, 부모님 선물 등으로 다투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절이 평소 불만이 폭발하는 계기로 작용한 같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