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육질 생산하는 ‘미스 횡성소’ 맞춤식 사료 먹여
주치의 정기검진… 수정란 특별관리해 ‘좋은 밭’ 유지
강원 횡성군에는 이른바 ‘미스 횡성 소’로 꼽히는 암소 15마리가 VIP 대접을 받고 있다. 명품 한우로 자리 잡은 ‘횡성 한우’를 낳는 귀한 암소들이다. 횡성축협은 4년 전 육질 좋은 한우를 생산해내기 위해 육질 최고등급(1++등급)을 받은 도축 소들의 내력을 추적했다. 이 소들을 낳은 어미소들은 육질 좋은 한우를 많이 출산할 수 있기 때문. 수소문 끝에 찾은 1++ 배출 어미소는 약 1만5000마리. 이 가운데 쇠고기 맛을 좌우하는 근육 내 지방의 양이 풍부하고 육중한 소만 골라 15마리로 추렸다.
○명품 한우 과학적으로 특별관리
엄선된 미스 횡성 소는 특별 제작된 사료를 먹는다. 횡성축협의 정밀한 연구로 미네랄, 칼슘 등을 황금비율로 맞춰 주문한 사료다. 또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은 담당 수의사에게 건강검진을 받고 이상이 있으면 치료를 받는다.
임신 1주일 뒤에는 수의사가 수정란 10개 가운데 활동성이 뛰어난 5개를 추린다. 각 수정란은 대리모 소 한 마리씩에 이식된다. 비슷한 시기에 우수한 소를 5마리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태어난 송아지 가운데 암소는 다시 ‘미스 횡성 2호’로 특별 관리되고 수소는 도축돼 맛있는 쇠고기로 추석상에 오른다. 채수형 횡성축협 상무는 “수소의 형질 관리에 집중하는 다른 농가들과 달리 우리는 일찍이 암소 관리에 나섰다”며 “좋은 씨와 좋은 밭을 갖춰 좀 더 우수한 쇠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한우가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과학적이고 정밀한 관리를 거친다. 한우 브랜드별로 차별화 경쟁이 두드러지며 ‘누가 키운 한우인가’도 중요해지고 있다.
‘대관령 한우’는 한정 판매를 강조한다. 안수남 평창축협 상무는 “다른 대형 브랜드들은 연간 4000마리 이상을 팔지만 우리는 약 3000마리만 공들여 키워 팔아 신뢰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대관령 한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평창축협의 철저한 수직계열화로 관리된다. 축협은 이 지역 내 한우 농가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놓고, 소마다 체중 변화를 관찰한 뒤 피트니스클럽의 트레이너가 식사량 조절치를 제시하듯 사료의 양을 정해준다. ‘지리산 순한 한우’는 친환경 사육법을 따른다. 마시는 물은 세균 검출량이 일정 수준에 맞아야 하고, 소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마리당 최소한 8.3m²(2.5평)의 공간에서 생활한다.
○국내 인기 타고 세계 진출 노려
품질 경쟁의 결과로 고품질 한우의 비율이 늘고 있다. 한우 가운데 1등급 이상을 받은 소의 비율은 1992년 14.1%에서 2008년 54%로 약 4배 수준으로 뛰었다. 한우의 풍채도 좋아져 마리당 무게(18개월 비거세 수소 기준)가 1985년 376.8kg에서 2004년 542.2kg으로 늘었다.
소비자의 반응도 좋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한우 산지 가격은 지난해 9월부터 회복돼 올해 6월 이후 급격히 높아졌다. 허덕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추석 특수는 물론 원산지표시제, 쇠고기이력추적제 등으로 한우에 대한 신뢰가 높아져 수요가 늘었다”고 전했다. 국내 인기를 타고 세계인의 식탁도 노린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횡성 한우가 캐나다쇠고기수출협회(CBEF)의 시식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수출을 추진하겠다고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우 가격이 수입산보다 높아 수출할 때 가격경쟁력이 낮기는 하지만 고품질이 많아 승산이 있다”며 “수출을 위해 위생 수준 등을 더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