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계속 앞서 가는 일본과 추격해오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에 곧잘 비유된다.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잘나가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총수들은 “5, 6년 후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 컨설팅 회사는 21세기의 한국을 “일본과 중국의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구)’ 사이에 낀 형국”이라고 표현했다. 부드러운 빵 사이에 낀 샌드위치 정도가 아니라 쇠로 만든 넛크래커에 끼여 있어 자칫 깨질 수도 있으므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작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더 강해졌다. 원-달러 환율 상승을 계기로 세계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높아졌다.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은 일본산과 비교해 품질 수준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싸고 중국산에 비해 기술력이 월등하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샌드위치의 처지가 뒤바뀐 ‘역(逆)샌드위치’ 상황이 된 것이다. 올해 초 국산 수출품을 소개하는 ‘바이 코리아’ 행사장을 찾은 미국 자동차회사 구매담당은 “한국산 부품이 품질 가격 기술 등 3박자를 모두 갖췄다”고 호평했다.
▷잘나가는 한국을 일본과 중국이 구경만 할 리 없다. 조환익 KOTRA 사장은 “소니 등 일본 기업이 저가제품, 중국이 고가제품 시장을 겨냥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강세인 일본 엔화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한국은 원화 강세 속에서도 지키던 가격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중국은 수년간 전 세계를 돌며 첨단기술과 핵심기업을 통째로 확보해 놓았다. 머지않아 기술력에서 한국이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 조 사장은 이를 ‘역역샌드위치’라고 했다. 한동안 역샌드위치를 즐겼지만 도로 샌드위치 상황이 된다는 소리다.
▷한국 경제가 어중간한 경쟁력으로는 일본과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전문화로 수출시장을 뚫어야 한다. 급속도로 커지는 중국의 내수시장도 우리가 파고들어야 할 대상이다. 가격만으론 안 되고 브랜드와 유통 등 다방면에서 우세해야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10대 산업조정 및 진흥계획’을 내놓고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형기업 육성에 나섰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 도로 샌드위치 신세가 된다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할 수 있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